"4대악 근절 외쳤는데 민망하기 짝이 없다" 홍보수석 경질도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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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얼굴) 대통령이 15일 ‘윤창중 스캔들’에 대한 솔직한 속마음을 드러내 보였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저 자신 굉장히 실망스럽고, ‘그런 분이었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제가 그렇게 4대 악을 뿌리뽑겠다고 외쳤는데 참 민망하기 짝이 없다.”

 이날 중앙일보 이정민 정치부장, JTBC 최상연 정치부장을 비롯한 언론사 정치부장단과의 만찬에서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을 4대 악으로 규정하고 이의 추방을 강조해 왔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당선인 시절 ‘1호 인사’로 발탁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문을 일으키자 충격이 더 큰 듯했다.

 박 대통령은 “전문성을 기준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인물이 한번 맡으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그런대로 절차를 밟았는데도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면서 사실상 인사 실패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인사위원회가 조금 더 다면적으로 검증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해 조금 더 철저히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인사 자료도 차곡차곡 쌓으면서 상시적으로 (점검)하는 체제로 바꿔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을 언제 또 하게 될지 나도 모르겠다”라고 털어놨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이남기 홍보수석에 대해선 사의를 수용할 뜻을 비췄다. 박 대통령은 “홍보수석도 사의를 표명했고, 그 부분은 제가 지난번에 수석회의에서도 밝혔듯이 이런 문제가 생기면 관련 수석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에 수사 의뢰를 했기 때문에 결과가 오는 걸 봐서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면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김행 대변인은 “이 수석의 사의를 바로 수용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수사와 감찰 등) 관련 절차가 다 끝난 다음에 그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추가적인 성추행 사건 수사를 할 것인지에 대해 박 대통령은 “피해 여성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국 경찰이 한국 사법단계에서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기다리는 것이고, 괜히 여기서 누가 옳으니 그르니 공방을 벌이는 것보다 거기에서 냉정하고 공정하게 빨리 해주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신용호·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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