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30% 성과급 달라 … 황당한 현대차 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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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글로벌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떼어줄 것’ ‘정년을 61세로 늘려줄 것’ ‘신규 채용 규모도 노조와 협의할 것’ ‘노조 의결 없는 해외공장 신·증설은 무조건 불허한다’. 이런 조건들을 담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올해 임금단체협상안이 15일 공개됐다.

 고질적인 생산성 저하에다 노조 측의 주말 특근 합의 불이행으로 막대한 생산 차질을 빚는 가운데 제시된 것이어서 비난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임금 13만498원 인상 등 53개 단협 개정 및 신설안과 13개 별도 요구안을 골자로 하는 임단협상안을 내놓았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당기순이익이 9조560억원임을 감안하면 2조7000억원가량을 성과급으로 떼어달라는 주장이다. 이 순이익은 연결기준이기 때문에 해외 공장 이익까지 모두 포함된 수치다.

 사측 관계자는 “국내 노조와 무관한 해외 공장 근로자가 일해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까지 성과급으로 받아야겠다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61세 정년 연장안도 포함됐다. 이 안에 대해서는 노조 내에서도 “여론의 비판 소지가 있어 정부 방침대로 60세 정년 확대안으로 수정돼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지만 최종안에 포함됐다. 해외 공장 신설이나 증설 시 조합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칠 경우에만 노사 공동심의위원회 심의 및 의결을 받도록 했으나 올해 임단협안에는 이 전제조건을 아예 삭제했다. 노사 공동심의위 의결 없는 해외 공장 신·증설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신규 채용 규모도 사측이 노조와 협의해 결정하도록 했고 퇴직금 누진제 시행도 요구사항에 포함시켰다. 또한 협상안에는 ▶30년 이상 근무한 조합원에 대한 차값 35% 할인 ▶40년 이상 장기근속자에 대한 금 56.25g(15돈) 및 상여금 200% 지급 ▶대학 미진학 자녀에 대한 기술취득 지원금 1000만원 지급 등도 들어 있다. 현대차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직원 1인당 임금총액은 9400만원으로 최상위급이었다. 하지만 생산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차 한 대 생산에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14.6시간, 베이징현대차 공장이 19.5시간 걸리는 데 반해 현대차 울산공장은 31.3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올해는 노조가 지난 3월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이후 10주째 주말 특근을 거부하면서 7만 대(약 1조4000억원)의 생산 차질까지 빚어진 상황이다. 최근에는 전주공장의 이중적 태도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1조1교대제(오전 8시~오후 6시50분)를 고수하고 있는 전주 트럭공장 노조는 근무환경 악화 및 특근수당 감소 등을 이유로 주간 2교대제 도입에 반대하면서 12주째 주말 특근을 거부 중이다.

 그럼에도 근무시간은 주간 2교대제 시행 공장처럼 8.5시간으로 줄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도 임금 삭감이 없다는 전제조건하에서다. 반면 주말 특근은 8.5시간이 아닌 기존의 12~14시간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특근시간이 길수록 수당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사측 관계자는 “협상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노조의 요구는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너무 많다”며 “특히 일은 덜하고 돈을 그대로 받겠다는 전주공장 노조의 태도는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박진석 기자

◆ 현대차 노조의 주요 요구조건

- 임금 13만498원 인상

- 상여금 750%에서 800%로 인상

- 글로벌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 퇴직금 누진제 도입

- 노조 활동과 관련한 민·형사상 책임 면책

- 정년 58세에서 61세로 연장

- 사내 하도급 금지

- 해외 공장 신·증설 및 채용규모 결정에 노조 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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