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월 미군의 병력 증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에서는 주월미군의 증파문제때문에 정치적으로 또다시 큰 말썽이 일고있는 것 같다. 즉 주월미군사령관「윌리엄·C·웨스트모얼랜드」장군이 공산군의 새로운 공격과 압력에 대처하기 위해 미군병력의 증파를 요구하자, 미국일각에서는 새삼스럽게 미국의 월남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있는 것이다.
작년 8월 미국은 금년6월말까지 주월미군병력을 52만5천명선까지 증파하기로 했었다. 따라서 「웨스트모얼랜드」장군이 거듭거듭 미군병력의 증파를 요구하게 되자 증파병력의 한계는 도대체 어느정도까지 되어야할 것인지 미국민 일부가 의심을 가지게 된것인데 이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이 현지사령관인 「웨」장군의 요청을 승낙함에 주저하고 이것을 정치적으로 문제삼을때 그 결과는 지금까지 거둔 군사작전의 성과를 후퇴시킬 뿐만 아니라 그것이 곧 월맹에 이용될 염려마저 없지 않을것은 자명하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웨」장군의 증파요청은 아마도 최근에 벌어진 작전상의 상황판단에 따라 불가피하게 제기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종래의 「웨」장군의 전략은 52만5천 병력테두리 내에서의 ⓛ변경방어 ②색적격멸작전 ③평정계획으로 요약되었다. 그러나 공산군의 구정공세와 「케산」 지구에 대한 공세는「웨」장군으로 하여금 불가피하게 병력증파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이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웨」장군은 오는 4월1일까지 적어도 2만5천명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공산군의 현 공세의 목적은 월남 북부 (휴전선남방)에 위치한 2개성을 장악하기 위한 전술을 펴고 있으며 따라서 증파된 병력으로써 이 공세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케산」을 중심으로 한 대회전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산군은 북부2개성을 확보함으로써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협상에 유리한 포석으로 삼으려할지 모르는 것이다.
따라서 「웨」장군의 병력증강요청은 공산군의 이 어떠한 공세라도 분쇄할 수 있는 사전조치에 입각한 요청이라고 보아야 한다. 여기에 미국이 그 요청을 거부했을 경우 그 결과가 어떻게 될것이냐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리하여 28일 「존슨」대통령은 주월미군의 증강과 군사비증액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고위전략회담을 가졌다고 한다. 특히 이회의는 미합동참모본부의장 「얼·휠러」대장이 증파문제때문에 월남을 직접 답사한 후 작성한 보고서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1968연도의 주월 미군병력의 한계선인 52만5천을 넘어 과연 얼마나 더 많은 병력을 증파할 것인지 발표된 것이 없다. 그러나 미국이 월남전쟁의 명예롭고 조속한 종결을 바란다면, 우선 군에 선하게 보이는 공산측의 작전목적을 정확하게 판잔, 그 뱃속을 간파하고, 그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따라서 이문제는 특히 미국민의 절대적인 합의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증파는 예비역의 소집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증파문제를 가지고 월남정책을 재검토하는 눈치를 보이거나, 또 이것을 정치문제로 삼을 때 이는 그대로 월맹에 이용되는 결과가 될 것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