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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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모험적인 여행을 열망하는 청년을 구함. 봉급은 아주 저액임. 기간은 완전암흑의 수개월. 위험의 검은 그림자가 언제나 뒤따름. 생환은 극히 의문. 성공한 사람에겐 명예와 보수가 있음.』이런 구인광고가 있다면 일단은 쓴 입맛을 다시며 누구나 발걸음을 돌릴 것이다. 곰의 심장이라도 가진 사람은 한번쯤 군침이 돌지도 모른다. 그러나「생답의문」의 지경에 「좋구나」 뛰어들 사람은 쉽지않을 것이다.
바로 지난 2월4일자 미국 「필라델피아」 의 한 신문에 실렸던 구인광고의 경우이다. 광고 끝엔 전화번호가 몇개 적혀 있었다.
최근 「그린랜드」의 빙해에서 실종된 수폭이라도 찾는 작업부를 구하는 것일까. 아니면,지중해에서 행방불명된 잠수함을 탐색하는 잠수부를 물색하는 것일까.
광고가 난지 불과 이틀사이에 2백통에 가까운 이력서가 쏟아져 들어왔다. 전화문의도 빗발치듯했고-.
다름아닌, 그것은 바로 저명한 생명보험회사에서 「세일즈맨」 (권유원)을 모집하는 광고였다.
창조력·적극성·상상력을 은연중에 시험할수있는 기발한(?)「아이디어」이다. 경영주가 유능한 신인사원 발굴에 얼마나 「노심초사」했으면 그런 기괴한 「아이디어」를 궁리했을까, 동정도간다.
우리네 사회처럼 『약대와 바늘구명』 을 연상하게하는 구직난의 현실일수록 구직자는 남다른 패기(패기)와 의욕과 박력을지니고 있어야 할것이다. 경영주도 또한 백지의 연필자국 몇가지로 인간의 잠재력을 측정하는 「무책임한 기회」만을 열어것이 아니라 좀더 성실한 인간탐구가있어야 할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의 인상이 면접후 불과 10초사이에 판단된다는 분석을 하고있다. 이쯤되면 면접이 점수를 무겁게 매기는것은 일종의 관상적횡포에 가깝다.
이제2만2천7맥여명의 신인 사회인이 우리 주변에 몰려들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마땅히용기와 패기를 베풀 길을 가능한대로 비켜 주어야 할 것이다. 신생학사들은 또한 마땅히 창조력과 적극성으로 사회에 힘있게 뛰어 들어야 할것이다. 군식구를 보태는 구실만으로는 정말 이사회는 낡은 「풀」에서 벗어날 길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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