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 이력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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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신문광고난을 훑어보면 대개의 사원모집에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조건을 구비한 인물을 요구하고 있다.
ⓛ4년제대학졸업자 또는 예정자 ②외국어에 능통한 유경험자 ③30세미만의 병역을 필하거나 면제된자.
이러고 보니 나에겐 결격사유가 더 많을 수밖에. 「국방색」10년에 바깥과는 담을 쌓았으니, ①②항은 아예 불합격, 겨우 ③항중에도 이미30이 넘었고 병역 의무만은 남달리 많이 했으니 평가는 몇 점이나 될까? 그럼 나는 지금 이시각에도 사회와는 점점 외면한채 퇴보만 하고 있는 것일까?
○…비록 낮선 지방일 망점 후조처럼 떠돌아다니며 단간 샛방에서 식당과 침실, 심지어는 꼬마들의 W·C까지 겸용해가며 기천원 월급봉투에 매달리던 고생활이 행복했던 것처럼 돌이켜진다.
○…모일간지기자 모집시험에서 벼의 일종인 「경희1호」를 파월국군수송선이라 명답(?) 을 낸 그 학사출신의 엉뚱씨 보다는 문전에도 못간 형편이지만 경험으로 익힌 나의 박식이 써먹을 때도 있지 않을까? 그런 막연하 기대와 부푼꿈이 실현될것같은 희망을 가져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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