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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무장화 뒤의 문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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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각의는 북괴도발에대비한 국방력강화책의 하나로 급기야 사문화돼있던「향토예비군설치법」의「시행령」을 의결했다. 이 향토예비군설치법의 시행은 작년연말까지 만해도 아무도 생각조차 못했던 것이고 이에 대신하여 향토방위대의 설치만을 생각해 왔던 것이 실정이다.
그러나 1·21사건이래 더욱 뚜렷해진 북괴의 침략적 도발에 대처하기 위하여 향군을 재무장하고 향방대를 조직한다는 방책에 대해서 우려는 물론 원칙적인 찬의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미 본난을 통해 북괴의 대남침공을 막기 위하여 민방위대를 설치하기 위한 민방대설치법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침해와 사회불안조성을 두려워한 나머지 오히려 향토예비군설치법의 활용을 권고한바있었다.
지금까지의 경위를 살펴보면 정부는 일부 반대여론을 참작했음인지 기왕에는 민방위법안을 폐기키로 하여 그대신 향토방위법안을 제출하는 동시에 기존의 향토예비군은 설치법은 이를 폐지키로 국무회의에서 의결한바 있었던 것이다. 국회도 객년 12월18일에는 내무위에서 향토예비군설치법 폐지를 의결했고 법사위에서도 12월23일 이법의 폐지를 의결한바 있었다. 따라서 이번에 정부가 폐지키로 돼있던 이법률의 시행령을 국회와의 아무런 사전상의도 없이 벼락같이 제정한데대해 그것이 현재의 삭막한 정부·국회관계의 소치임을 다시한번 개탄하지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정부가 긴급사태에 대비하여 부득이 기존의 법령을 억지로라도 활용코자한 충정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같은 국방문제가 갖는 중요성에 비추어 사태가 긴급하면 긴급할수록 국회의 토론과 국민여론을 충분히 섭취함이 없이 졸속으로 법령제정에까지 이른 처사를 우선 유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이미 국회의회에서 의결된 시행령이니 만큼 세칙제정과 이에 따르는 실천과정에 있어서는 보다 신중하게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 줄 것을 기대할 뿐이다.
향토예비군의 설치와 관련하여서는 적어도 ⓛ향군조직의 능율성 ②향군통수상의 문제 ③정치적악용의 염려 ④국민의 기본권침해 ⑤사회불안의 조성등 여러 가지 난관이 가로놓여있다.
첫째로 향군조직이 과연 국군의 장비 현대화보다 유용할 것인지, 전술면에서 더욱 신중한 검토를 가 할 것을 요청한다.
둘째로 향군의 통수는 국방부장관의 지휘하에 현역장교 예비역장교의 지휘를 받도록 되어 있는데 필요시에는 내무부장관의 협의하에 경찰서장의 지휘를 받도록 한 면에서 이원적통수의 약점을 지니고 있으니 이를 통합화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것이다.
세째로 향군법 제5조는 정치운동에 관여할 수 없도록 규정되고 있으나 과거외 전례에 비추어보아 정치적활동이나 직권남용의 우려를 없애도록 보다 적절하고 충분한 예방조처를 강구하여야할 것이다.
네째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 어떠한 보상을 할 것인가, 또 향군출동시의 생계보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잘 고려하여 과거의 징발보상금처럼 위헌판결을 받지 않도록 세칙을 제정해야할 것이다.
다섯째로 사회불안의 요인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향군의 무기휴대와 이의 저장에 따르는 제문제 및 민폐의 금지를 위한 제조치가 또한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향토예비군설치법의 시행과 더불어 향토방위법의 필요성은 없게 된 것으로 아나, 향토예비군의 설치와는 관계없이 그야말로 소리없는 가운데 국군의 급속한 현대화, 경찰력의 강화를 기해야할 것이다. 국민들이 경찰력의 강화를 성원하고 있는 이 마당에서 경찰의 조직화·장비강화며 대우개선을 꾀함으로써 치안강화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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