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정원미달의 3류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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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 나라의 사립 대학 중 이른바 일류 대학교는 관권으로 말미암아 도리어 위축된 결과를 가져 왔는가 하면 또 흔히 2류니, 3류니 하는 대학은 같은 관권의 혜택으로 오늘날의 발전을 보게된 것이 사실이다. 1류라는 대학교는 재정적으로나 시설로나 정원 이상의 수용력을 가지고 있지만, 정원을 엄수해왔다. 이름만 1류일 뿐, 등록금도 문교당국의 획일적인 억제로 다른 대학과 균등하게 받아왔다. 그러나 신흥대학들은 정원제에 얽매임이 없이 과감하게 학생을 수용한 때가 있었고 게다가 등록금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바람에 한동안 그런 대학들은 비대 일로를 치달리고, 그 결과로 오늘날의 발전을 가져온 것을 일부에서는 비난도 하지만, 결과로 봐서는 탓할 일만은 아니다.
그런데 작금 학생들은 지금 다니는 대학 보다 좋다고 생각되는 딴 대학으로 편입해 갈 수 있는 길이 연린 다음부터는 뜻을 이루든 못이루든, 몰려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성 싶다.
이렇게 되고 보면, 일류교는 능력을 가지고도 제대로 펴 보지 못하고 그 밖의 대학들은 능력을 키우기도 어렵게 된 실정이 아닌가 한다. 오늘날의 이런 현상에는 여러모로 대학 자체에 책임을 돌려야 할 이유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후진적인 교육법규가 빚어낸 하나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잠꼬대 같이 들을 사람도 있겠지만,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나는 사학이 능력에 따라 발전할 수 있는 길로서, 그리고 자유민주교육의 대본을 살리기 위해서, 정원과 등록금의 제한을 완전히 풀고, 대학을 자유 경쟁에, 또한 진학자의 자유선택에 맡기자는 주장을 가지고 있다. 교수진, 교수방법, 시설 등은 물론이지만, 장학금 제도의 확대도, 비중이 큰 자유경쟁 조건의 하나라야 한다. 재주 있고 뜻 있는 학생이, 돈 없어서 대학교육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는 사회가 바람직하다.
대학의 자유경쟁을 두려워 할 것은 없다. 이제는 학생, 학부형 아니 온국민이 대학운영의 감시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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