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미가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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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 부총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항간에는 쌀 배급 제도의 실시설이 파다하다. 쌀값이 가마 당 4천4백원 선을 넘으면 통·반을 통해 쌀을 배급함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자는 것이 그 취지라 한다.
작년의 흉작으로 쌀 공급 전망이 악화되리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했던 것이지만, 그동안 정부는 외미 도입으로 쌀 절대 공급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쌀값을 염려할 필요성이 없다고 밝혀 온-것이다. 이미 연불로 25만 톤의 외미가 수입 과정에 있어 그 일부는 인천항에 착하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맥 등 총계 1백20만톤 수준의 외곡이 들어올 예정으로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정부 발표가 믿을만한 것이라면 67년 산 쌀이 흉작으로 감수된 것은 평년작에 비해서 77만석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기준에서 본다면 올해의 양곡 수급 전망은 조금도 염려할 것이 없다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쌀값은 계속 강세를 지속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전망이 밝지 못하다.
예년에 비하여 2개월이나 빨리 정부 보유미를 방출하였다는 사실이나, 입학기를 앞두고 쌀값이 일시적으로 하락해야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쌀값이 계속 강세에 있다는 것은 쌀 수급 전망이 정부 발표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본난은 67연도의 흉작에 대비하는 과정의 존재 양식에 대해서 여러번 지적한 바 있다. 흉작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따라서 곡가 정책을 세워야할 것이며, 흉작의 도가 크면 클수록 정부의 매상 정책이 강화되어야 하겠음을 누누이 주장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쌀의 정부 매상 가격을 최저 시세 보다도 낮은 가마 당 3천5백90원으로 책정하고 매상을 강행하려고 했던 것이며, 때문에 곡가 조절용 정부 보유미는 보잘 것 없는 양 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 파다한 쌀 배급제도 실시설은 이처럼 현실을 무시한 양정이 마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도대체 경제 정책이 객관적 통계에 의존하지 않는 것 같은 인상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
계수 분식으로 잠시나마 넘어가려는 행정 당국의 개인적 이기심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해독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이 기회에 절실히 느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왕 잘못된 것은 어찌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부터 쌀값이 투기화 하는 것은 방지한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쌀값 투기를 방지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 무엇인가에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한다면 배급 제도를 일반적으로 실시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배급 제도를 실시하려면 가계 보유 재고 상황을 알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배급 제도를 실시하려면 가계 재고를 보유하기 전인 추수기부터 일체의 양곡을 정부 관리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지배 양곡의 범위가 국한되어 있으므로 배급제는 오히려 2중 가격을 형성시켜 미곡상이나 부유층에게만 이롭게 할 것이다.
따라서 중하층 미곡 소비자를 중심으로 해서 미가 정책을 세우는 절충식으로 미곡 파동을 수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원칙에서 생각한다면 중산층 이상은 자유로운 시장에서 시세대로 구매하도록 하고 중산층 이하에 대해서만 정부 보유미를 지정 가격으로 지정 장소에서 구득케 하도록 조치하는 것이 합리적 일 것이다. 앞으로의 쌀 값 정책은 중산층 이하의 소비자로 보호하는데 중점을 둔 선택적인 것이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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