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전쟁 영화 '위 워 솔저스'

중앙일보

입력

멜 깁슨 주연의 '위 워 솔저스(We Were Soldiers)'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블랙 호크 다운'의 전통을 이어 받아 아주 생생하고 끔찍한 전쟁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위 워 솔저스'는 흥미로운 차이점도 갖고 있다. 이 영화는 항상 논쟁거리가 되지만 인기는 없는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위 워 솔저스'는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위 워 솔저스'는 용감한 남자들, 혹은 용감한 소년들에 관한 이야기이지 정치 문제나 군사적 방자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 이야기는 전쟁 초기에 군인들과 국가가 베트남 개입에 환멸을 느끼고 냉소적으로 변해가기 전을 시간적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퇴역 중장 해롤드 G. 무어와 조셉 L. 겔러웨이가 써서 극찬을 받은 책 '우리는 한때 군인이었다 ... 그리고 젊었다(We Were Soldiers Once ... and Young)'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무어는 1965년 베트남의 아이 드랑 밸리에서 벌어진 불운의 전투에서 미군 세븐스캘버리연대 1대대를 지휘했다. 겔러웨이는 살아남기 위해서 사진기를 내려놓고 총을 집어들어야 했던 민간인 기자였다.

4백여 명의 미군과 2천여 명의 북베트남군 간에 계속됐던 전투는 미국 전쟁사에서 가장 잔인했던 장면 중 하나였다. 이 전투로 아이 드랑은 '죽음의 계곡'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 전투에 대한 미국 국방부의 인식은 전면적인 개입 결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쳤고 결국 이 때문에 5만8천 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다.

전쟁터에서, 그리고 고향에서

1995년 아카데미상 수상작 '브레이브 하트'의 각본을 썼던 랜들 윌레스가 이 영화의 감독과 각색을 맡았다. (윌레스는 또 '진주만'의 각본도 썼다. 완벽한 사람은 없는 법이다.) 그의 이번의 영화 작업은 피비린내 나는 역사적 전투에서 싸우다 죽은 사람들에 대한 적절한 헌사다.

1987년에 발표된 스탠리 큐브릭의 '풀 메탈 자켓'과 존 어빈의 '햄버거 힐'을 제외하면, 베트남에 관한 영화 중 혼돈과 공포, 그리고 용감한 군인들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완전한 냉소주의에 빠져들지 않은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깁슨은 전쟁 당시 대령이었던 주인공 무어를 탁월하게 연기했다. 깁슨은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작품만을 선택해 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나온 영화는 언제나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의 삶과 무어의 실제 인생은 공통점이 많다. 깁슨은 무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는 강렬하고 성실한 연기로 최근 들어 가장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

전쟁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게 없거나 크게 잘못 알고 있는 미국인들 틈바구니에서, 남편들이 전쟁에서 싸우고 죽어간다는 끔찍한 사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아내와 가족들을 영화에 등장시켰다는 것은 '위워 솔져스'를 흔해 빠진 전쟁 영화들과 구별해 주는 또 하나의 요소다. 남자들이 파병되기 전에 관객은 이들의 가족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나서 후에 유혈이 낭자한 전투를 보고 있으면 절망감에 시달리는 불굴의 젊은 아내들과 어머니들을 떠올리게 된다.

영화에서 걸출한 연기를 한 두 명을 꼽는다면 무어 대령의 아내이자 다섯 자녀의 어머니 줄리에 무어로 나온 매들린 스토우와 갓 출산한 딸과 함께 남겨진 바바라 죠퍼건 역의 커리 러셀('필리서티')을 들 수 있다. 크리스 클레인도 좋은 군인이면서 동시에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이상주의자 청년 죠퍼건 소위를 훌륭하게 표현했다.

독자적인 시각

그밖에도 무어의 오른팔 노릇을 하는 굳세고 거친 바실 플럼리 상사를 연기한 노련한 성격파 배우 샘 엘리엇, 탄약 보급과 중상자 수송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헬리콥터를 조종하는 브루스 그랜달 소령을 맡은 그렉 키니어도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조이 겔러웨이 기자로 나온 베리 페퍼 역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그는 사실 영화 후반에야 비로소 전투에 참가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겼다. 그의 눈을 통해 관객은 극도로 무자비한 학살에 대한 민간인의 시각을 접할 수 있다.

모어와 겔러웨이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은 베트남 전쟁을 잘못됐다고 보고 있음을 여러 번에 걸쳐 확실히 밝혔다. 그러나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의 요점은 군인들이 소집됐고, 그래서 전쟁터로 갔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신과 국가를 위해 싸운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옆에서 싸우는 사람들을 위해 싸웠다는 것이다.

'위 워 솔저스'는 전체적으로 뻔한 애국심을 자제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베트남 전쟁 초기에 전쟁에 끌려간 이 군인들은(그리고 이들의 가족들은) 감사와 존경, 그리고 기도를 받을 가치가 있다고 반복해서 말한다.

'위 워 솔저스'는 R등급(18세 미만 관람불가)을 받았다.

Paul Clinton (CNN) / 이인규 (JOINS)

◇ 원문보기 / 이 페이지와 관련한 문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