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하다 … 독일 꼬마 '폴로' 잘나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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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위쪽부터 폴크스바겐 폴로, 푸조 208, 닛산 큐브.

수입차 시장에 눈길을 끄는 ‘독일 꼬마’가 등장했다. 폴크스바겐의 소형 해치백 ‘폴로’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폴로는 가격이 2490만원으로 책정돼 2000만원대 수입차 시장이 덩달아 주목을 받게 됐다. 폴로의 2490만원은 현재 국내에서 시판 중인 수입차 가운데 닛산 큐브의 최저 등급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가격이다.

 폴로는 길이가 3970㎜, 폭 1685㎜, 축간거리는 2456㎜다. 국산 소형 해치백인 ‘엑센트 위트’(현대차), ‘프라이드 해치백’(기아차), ‘아베오 해치백’(한국GM)보다 약간 더 작다. 그렇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저가형 차량은 아니다. 폴로는 1975년 처음 출시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1600만 대나 팔릴 정도로 성능이 검증된 차량이다. 국내에서는 1.6 TDI 디젤엔진과 더블클러치 방식의 7단 DSG 변속기를 장착한 모델이 출시됐다. 보통 디젤차량이 동급 가솔린 차량보다 100만~200만원 정도 더 비싼 점을 감안하면 폴로의 가격은 큰 경쟁력일 수밖에 없다.

 폴로에 장착된 엔진은 최고 출력이 90마력으로 다소 낮다. 하지만 일상 주행영역인 1500rpm부터 2500rpm 사이에서 23.5㎏·m의 최대 토크(구동력)를 낸다. 이는 어지간한 국산 중형 가솔린 차량보다 높은 수치다. 연비도 18.3㎞/L로 국내 시판 차량 중 몇 손가락 안에 든다. ‘독일차’라는 프리미엄도 간과할 수 없다. 일반 소비자에게 독일차를 2500만원 안쪽에서 살 수 있다는 건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실제 폴로는 지난달 25일 공식 판매 이후 단 5일 만에 57대가 판매돼 2000만원대 수입차 시장에서 단숨에 3위에 올랐다. 5월 본격 판매가 시작되면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폴크스바겐의 전망이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폴로가 다른 소형 수입차들의 판매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은 이미 저배기량·대중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달 수입차 판매 현황을 보면 판매 차량의 50% 이상이 배기량 2000㏄ 미만이다. 예비 소비자들이 만만하게 접근할 수 있는 수입차들이 바로 폴로를 비롯한 2000만원대 소형차인 셈이다. 국산차와의 가격 차이도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실제 국산 준중형 차량인 ‘쉐보레 크루즈’(한국GM)와 ‘i30’(현대차)는 최고 등급 가격이 각각 2315만원과 2095만원이다. 여기에 선택사양을 더하게 되면 가격 면에서 폴로와 큰 차이가 없어진다. 소형과 준중형의 체급 차이가 있지만 한국 시장 특유의 수입차 프리미엄으로 상쇄가 가능한 수준이다.

 폴로와 유사한 소형 수입차는 닛산 ‘큐브’, 푸조 ‘208’과 ‘207CC’, 시트로엥 ‘DS3’, 피아트 ‘500’ 등이 있다. 박스카인 큐브는 두 가지 등급으로 판매되는데 최저 등급 가격이 2260만원이다. 최고 등급은 2560만원. 지난달 81대가 팔려 2000만원대 수입차 중 판매 1위에 올랐다. 폴로와 비슷한 크기인 푸조 208은 2630만~2990만원이고 207CC는 2990만원이다. 푸조 208은 1.4엔진 장착형의 경우 연비가 21.1㎞/L로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국내 시판 차량 중 가장 높다. 시트로엥 DS3도 연비는 최강급이다. 1.4 디젤 모델이 20.2㎞/L로 푸조208보다 낮지만 1.6 디젤은 19.0 ㎞/L로 동급 푸조 208(18.8㎞/L)보다 높다. 가격은 2890만~3190만원. 피아트 500은 폴로보다 더 작은 경차급의 체구지만 가격은 2690만~2990만원으로 다소 높다.

  이 밖에 스마트코리아가 판매 중인 2인용 경차 ‘스마트’도 가격이 2000만원대다. 폴로보다 한 체급 높은 준중형 중에서도 ‘코롤라(도요타)’ ‘시빅(포드)’ ‘포커스(포드)’ 등은 2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일부 소비자는 크기도 작고 편의사양도 많이 빠진 폴로가 국산 중형차급과 비슷한 가격에 출시된 데 대해 불만이 없지 않다”며 “하지만 폴로가 잘 팔리면 다른 수입 소형차 가격도 조정될 수 있어 수입 소형차의 대중화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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