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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주 류현진 … 죽다 살아난 다저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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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희생번트 첫 성공 류현진이 12일(한국시간) 마이애미와의 홈경기에서 2회 말 1사 1, 2루에서 희생번트를 대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번트 성공이다. [로스앤젤레스 AP=뉴시스]

돈 매팅리(52) LA 다저스 감독이 꼽은 류현진(26·LA 다저스)의 강점은 ‘견고함’이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투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이지만 안정된 투구를 한다”고 했다. 류현진은 확실하게 6이닝 이상을 소화한다. 8연패에 빠진 다저스를 구해낸 것도 류현진의 견고함이었다.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이애미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과3분의2이닝 동안 5피안타·3탈삼진·3볼넷·1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이 7-1로 승리하며 류현진은 시즌 4승(2패)째를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3.40(종전 3.71)으로 낮췄다. 류현진은 “어머니(박승순씨)의 생신에 좋은 선물을 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팀 상황을 생각하면 이날 승리는 의미가 더 컸다. 다저스는 현지시간 기준으로 5월에 치러진 8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류현진의 호투 속에 팀은 기나긴 연패를 끊었다. 다저스 팬들은 7회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 후 최다인 114개의 공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갈 때 기립박수를 보냈다. 류현진은 “정말 좋았다. 나도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이날 변화구 제구에 애를 먹었다. 커브는 높았고, 주무기 체인지업도 예리하지 못했다. 7회 미겔 올리보에게 체인지업을 던지다 솔로홈런을 맞았다. 류현진은 직구를 돌파구로 삼았다. 7년 동안 한국 프로야구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터득한 노하우다.

 류현진은 3-0으로 앞선 4회 무사 2루 위기에 몰렸다. 저스틴 루기아노에게 직구 4개를 던진 그는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빼앗아 3루 땅볼을 유도했다. 마르첼로 오수나는 148㎞짜리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올리보는 직구 3개를 연속해서 던져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류현진은 위기 때마다 직구로 승부를 걸었다. 이날 류현진의 직구 비율은 58.8%로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높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2㎞, 평균 구속은 147㎞였다.

 영리한 투구를 바탕으로 류현진은 다저스의 에이스로 도약했다. 4승으로 클레이튼 커쇼(3승2패, 평균자책점 1.62)를 제치고 팀 내 다승 1위다. 내셔널리그에서는 6위다.

 올 시즌 등판한 8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 던졌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다저스 역사상 개막 이후 8경기 연속 6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는 3명뿐이다. 클로드 오스틴(1965년), 돈 서튼(66년), 그리고 류현진이다. 데뷔 시즌으로 한정하면 서튼과 류현진뿐이다. 선발투수의 안정감을 평가하는 잣대인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내셔널리그 공동 3위(6회)에 올라 있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의 투구는 볼수록 흥미롭다. 숙련공 같은 예술의 경지다. 타자를 힘으로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닌, 두뇌 피칭의 소유자다”라고 칭찬했다. 마이크 레드먼드 마이애미 감독도 “듣던 대로 파격적이고 독특한 투구법이 인상적이었다”고 류현진을 높게 평가했다.

LA중앙일보=봉화식 기자,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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