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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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은 입춘.
봄을 계절적 감각에서가 아니라 피부로 느끼기 시작하는 날이다.
잔설이 아직도 남아있고 온도계는 아직도 영하를 가리키고 있으나 우리는 봄이 정녕 가까이서 있음을 예감한다.
그래서 봄이 선다는, 다시말하면 봄이 찾아든다는 이날을 우리는 옛부터 어떤 애틋한 기원속에서 맞이해왔다.
현실사회의 온갖 시름속에서 오직 길 하기만을 소망해왔던 우리 조상들처럼 우리는 다시 봄이 서는 이날에 똑같은 염원을 되씹고 싶다.
각 고등·대학지의 입시합격자 발표가 오늘부터 시작되면 우리 주변에선 또 숱한 희비가 엇갈리게 될 것이다.
대학입학이란 관문이 언제부터 한사람의 인생의 전정을 그토록 제약하게 됐는지, 그것은 차라리 참상이다.
많은 실패자들이 깊숙한 좌절의 고배를 마신다.
잘못하면 비뚜러지기도 일쑤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학교시험에 한두번좀 붙었다,안붙었다하는것이 그토록 낙망의 심연을 이룰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 흔한 격려의 말에서가 아니라 진실한 마음으로 모든 실패자들이 강인한 의지의 소유자가 되어줄 것을 권유해 둔다.
그리하여 좌절하지 않는 자는 누구를 가릴 것 없이 승리자가 될 수 있다는 한 평범한 격언을 선사해주고 싶다.
한편 입춘이 지나는 오늘 이후엔 우리사회에서 또 다른 경사가 겹쳐진다.
각급 학교가 졸업행사를 갖게 되는 것이다.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사람, 사회로 진출하는 사람들로서 희망이 얽히고 설킨다.
우리는 먼저 이모든 젊은이들의 희망이 끝없이 번져갈 것을 기원한다.
물론 들이 곧 접하게 될 새로운 환경이 꼭 화원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망막엔 때로 이그러진 현실도 반사 될것이요, 그들의 항로엔 돌풍도 기다리고 있을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희망의 새싹들은 그런 역경를 현명하게 통찰할 줄알아야 할 것이며 또 거기에서 굴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순수한 열정, 사심없는 의욕에 너무도 메마르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다 새로운 활력과 건강성을 부여하는 일은 바로 그들이 착수해야 할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현실이 아무리 혼탁 하다해도 해마다 줄을 있는 새싹들의 행렬이 있기 때문에 고무 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동안의 충격적인 내외 정세가 준긴장, 필요 이상의 위축에서 하루빨리 탈피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간의 긴장을 풀어야한다는 말이 다시 전일의 그 혼탁했던 사회풍조로 되돌아가자는 말은 아닐 것이다.
성공역량을 효율적이고 국민적인 기반 위에 올려놓는 일과 모든 사회분위기를 정상화시키는 일은 역연 해서 추구될 일일 것 같다.
개인의 생활도 국가의 안보도 똑같이 길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기회에 시국에 편승한 물가의 오름세와 전국민적으로 대결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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