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와입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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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원 참, 이렇게 도로 추워진담.
오늘이 입춘 이라는데 옷자락 줄이기가 나의 한 일과가 되어진 요새, 따스한 봄날에 무릎을 내놓고 산뜻하게 걸어보려던 우리네게 되찾아온 추위는 고맙지 않군.
이런땐 대학시절 입고 다녔던 종아리까지 내려 덮은 치렁 치렁 긴 치맛자락의「노스텔지어」가 새삼 스며든다.
그 짧은「스커트」를 입은 아가씨들을 보면 아찔 아찔 해진다는 남학생들의 말을 들었던 몇년전엔가는 그런옷이 나와는 거리가 먼것으로 생각 되었었는데 어느새 나도 무릎을 겨우 내놓는「미니」가 되다만 옷을 걸치게 되었으니 유행이란 별수 없이 간사스런 기호를 마련해주는가 보다.
허벅지가 몽땅 드러나 보이는 「미니」는 암사슴같이 날씬한 자태를 지닌 젊고 발랄한 아가씨들의 것이어서,자신없는 몸매에 걸친「미니」는 어째 섬뜩 해지는 것을 보면 그래도 좀은 나도 보수적인것일까?
이추위에 아름다와지고싶어 젊은 여인네는 용감히「미니· 코트」를입었구나.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총 집중된다.
추위가 두려워 긴 한복에 속옷을 두리 두리 끼어입고 ,중무장을 하고 나선 나는 선망어린 마음씨가 도사린다.
원래 「미니」 옷은 옷색에 맞추어 「스타킹」을 신도록 되어있었다.
색색으로 된 두룸한「스타킹」이많이 판매되고 있으니 어디 나도 거추장스러운 중무장을 해제해볼까?
뭘,곧 따스워질걸.
그리고 꽃이 필무렵엔 더 많은「미니」족이 거리를 활보하게 될걸.
철지난 추위야, 어서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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