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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방위태세의 재정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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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에 침입했던 무장공비에 대한 소탕작전은 성공리에 끝났다. 이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이래, 우리 정부는 때를 놓치지 않고 군사력을 투입하여 치열한 소탕전을 벌였는데 그것이 주효를 보게된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엄동 설한 속에 갖은 고생을 무릅써가며 적을 소탕키 위해 분투한·경들의 노고를 충심으로 치하하는 바요, 또 공비소탕작전에 있어서 아깝게도 목숨을 잃은 조국수호의 영령에 대해서는 경건한 마음으로 명복을 빌어 마지않는다.
공비소탕작전이 일단락을 지어감에 따라 충격을 받았던 민심도 안도의 숨을 내쉬게되었는데, 우리는 우리국민으로 하여금 안심하고 평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군·경당국에 대해서 거듭 충심으로 사의를 표명하고싶다.
이처럼 공비소탕전은 일단락 되었지만, 정세에 대한 낙관은 금물이다. 지금 한국을 싸고도는 정세는 유동적이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군사정세는 계속 엄중해 지리라는 것이고, 앞으로도 북괴는 무력침투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게 되리라는 것이다.
지난1·21사건은 북괴의 대남침투가 간첩의 산발적인 침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민심을 교란하는 정치심리전적인 단계를 지나, 강력한 무장공비를 집단적으로 투입하여 파괴·살상행위를 자행하고 치안을 교란시켜 남한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뜨리려는 본격적인 유격전활동의 단계에 들어섰음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이처럼 북괴의 대남공세가 분명히 제2단계에 들어섰고, 또 북괴가 이 제2단계 공세를 펴기 위해 그동안 많은 준비를 갖추어 둔 것이 밝혀진 것이 사실이라고 하면 한국의 안보태세도 근본적으로 재검토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까지 한국의 방위태세는 휴전선근방에 방대한 병력을 집중, 배치하여 한국에서 전쟁이 재발하는 경우 정규기동전을가지고 적을 제압하고 분쇄하는데 중점을 두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북괴가 남북간의 군사적 경계선에서의 대치상태를 지속한 채 무장부대를 투입시켜 남한에서 본격적인 파괴활동을 하는 방향으로 전략전술을 바꾼 것이라면, 우리의 군사방위체제 역시 외선작전과 내선작전을 아울러 중시하는 입장에서 재정비 강화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대공방위태세의 반성>
우리는 1·21사건과 같은 기습공격을 받았지만 휴전선에서의 군사방위태세가 철통같이 견고하다는 확신은 버리고 싶지 않다. 남파공비의 서울에의 침투·기습이 가능했던 것은 그동안 적이 휴전선만 뚫고 넘어오면 대한민국의 심장부에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국토의 내선방위가 소홀히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대저 자유사회는 원칙적으로 개방사회이기 때문에 침투해 들어온 적이 어느 정도까지 활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므로 자유사회의 기본체질을 그냥 지속하면서도 이런 약점을 극븍키 위해서는 국민의 경각심을 바짝 높이고 왕성한 고발정신으로 적의 잠입을 군경에 알려주지 않으면 안된다. 1·21사건의 발생과 그 군사적 수습과정을 보건대 이 점 국민의 정신자세는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것이었고 반공한국의 현재 및 장래를 위해 마음 든든히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비무장국민의 적극적인 협력만 가지고서는 무기를 가지고 들어온 적을 소탕할 수 없는 것이니, 국민의 높은 경각심도, 왕성한 고발정신도 내선방위에서의 적절한 무력지원이 없거나 부족하다면 주효키어렵다.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점인데, 우리는 정부지도자들이 내선방위의 허점으로 말미암아 1.21사건과 같은 중대사태가 생겨났다는 것을 솔직히 시인하고 군사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 최대의 지혜를 짜주기를 바란다.

<국방력의 전면강화>
작금의 공산측의 치열한 군사공세로 또다시 계엄사태에 이른 월남정세를 보건대 월남수도「사이공」에서는 3백만 시민이 살고있는데 불과 수백명의「베트콩」특공대의 잠입기습으로 중요시설이 일시 점령당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 일이 있다.
이것은 물론 「베트콩」이 「사이공」시 주변에 거점을 확보하고 있고 또 시내에 공산측의 제5열이 깊숙이 잠입해 있는데다가 「사이공」의정부와, 시민이 구정기분으로 정신상태가 이완한데서 비롯한 비극적인 사건이다.
공산당이 군사적 거점을 마련치 못하고 또 국민의 반공의식이 매우 강한 한국의 사정을 월남의 사정과 동일에 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반공하는 군·경·민의 정신상태가 해이되면 이처럼 중대한 사태도 야기될 수 있다는 점 「사이공」사건은 좋은 교훈으로 삼을 만 한 것이다.
한국에서 내선방위의 강화는 외선방위의 약화를 결과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내선방위를 강화키 위해 외선방위병력을 일부 빼낸다고 하면, 그것이야말로 북괴가 설정한 함정에 빠지는 결과가 될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지금 이 단계는 외선방위와 아울러 내선방위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선방위를 계속해서 철통같이 유지하면서 적이 외선을 뚫고 들어오는 경우를 예상해서 내선방위를 강화키위해서는 우방인 미국으로부터의 장비 및 무기제공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미국은 이미 공비남침에 대비키 위해 상당한 액수의 군사원조를 제공해주기로 약속하였다. 이점 우리는 기쁘게 생각하지만 현한국사태하에서는 미함납치사건의 합리적인 해결보다 공비의 재침을 막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의의를 띤다는 것을 미국이 솔직히 시인하고, 한국의 국방능력을 강화하는데 적극적인 협조를 해주기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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