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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격려」도 보람없이 부상 정종수형사 절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괴가 남파한 무장공비와의 첫 접전에서 총상을 입고 서울대학교 부속병원에서 입원 중이던 종로서수사계 정종수(34) 형사가 30일하오5시43분 끝내 숨을 거뒀다.
유도1단인 정형사는 지난21일밤10시5분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앞길에서 무기없이 수갑 만으로 동료 박태안 형사와 함께 치안국에서 자폭한 공비 김춘식(24)을 생포하고 고최규식서장을 도우려다가 복부에 네군데나 총을 맞았었다.
곧 병원에 옮겨졌으나 수혈할 피가 모자라 고초를 겪기도 했었다.
정형사의 딱한 소식이 전해지자 돈의동 최천성씨등 50여명이 성금을 기탁했고 한성여고2년 김영순양등 10여명이 『내피를 뽑아달라』고 병원을 찾았으며 동료들도 성금을 모았었다.
상주농잠 고교를 졸업, 60년 경찰에 투신한 그는 시경기동대에 있다가 종로서수사2계로 배치되어 근무해왔는데 작년5월과11월에 도범검거 1위표창까지 받을 만큼 부지런했다. 미망인 안옥순(34)씨는『새벽4시 집을 나가 시장 한 귀퉁이에 숨어서 도둑을 잡는다고 그렇게 애를 쓰더니 이게 왠일이냐』고 통곡했다.
올해 삼선중학에 합격한 장남 창환(14)군은『아버지가 입학금2만원을 준비못해 밤잠을 못주무시던걸 생각하니 차라리 구두닦이라도 했었을 걸…』하고 말끝을 맺지못하고.
독자이던 정형사의 유족은 미망인 안씨등 8명, 종로구익선동69 단칸방엔 살림에 쪼들리는 모습이 역연했다.

<을지훈장추서상신>
서울시경은 31일 지난21일밤 북괴무장 공비와교전중 공비 부두목 김춘식을 생포하고 부상, 서울대부속병원에 입원치료중 순직한 종로서수사계 정종수형사를 경사로1계급 특진시키고 정부에 을지무공훈장의 추서를 상신했다.
경찰은 정형사의 장례식을 오는 2월3일 서울시경국장으로거행한다.
한편 삼선중학교는 정형사가 숨지기 전인 30일 장남 창환군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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