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범과 김상현 맞바꾸기, 윈-윈으로 갈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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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호 19면

경제교역을 뜻하는 트레이드(trade)는 스포츠에서 선수 교환을 의미한다. 덜 필요한(혹은 포지션이 중복되는) 선수를 주고, 더 필요한 선수를 받아오는 거래다. 선수 교환의 특징은 손익을 예측하기도, 산출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트레이드는 그래서 어렵고 재미있다.

프로야구 선수 트레이드의 손익계산서

 지난주 프로야구는 트레이드 때문에 내내 시끄러웠다. SK는 오른손 투수 송은범(29)·신승현(30)을 내주고 KIA의 외야수 김상현(33)과 투수 진해수(27)를 얻었다고 6일 발표했다. 김상현은 2009년 홈런·타점왕에 오른 거포, 송은범은 국내 최고의 오른손 투수 중 하나다.

 KIA-SK의 대형 트레이드를 두고 수많은 손익계산서가 쏟아졌다. KIA가 이익을 봤다는 평가가 대체로 많았다. KIA엔 뛰어난 오른손 타자가 많아 김상현의 효용이 떨어진 터였다.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김상현은 타율 0.222, 홈런 2개에 그쳤다.

 김상현은 SK 유니폼을 입은 첫날, 7일 인천 두산전에서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이날 KIA는 광주에서 롯데에 0-3 영봉패를 당했고, 8일엔 1-5로 졌다. 팀 득점 1위 KIA가 이틀간 1점밖에 뽑지 못하자 ‘트레이드의 저주’라는 뉴스 헤드라인도 등장했다.

 프로야구 트레이드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1982년 삼성이 1500만원을 받고 서정환을 해태에 내준 것을 시작으로 32년 동안 265건의 트레이드가 있었다. 역대 최대 규모는 88년 11월 롯데가 최동원·김용철 등을 삼성에 주고 김시진·장효조 등을 받은 것이다. 한 달 사이에 선수 11명이 오갔다. 전력 보강이 아니라 팀과 관계가 틀어진 선수들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98년 삼성은 해태 임창용을 데려오면서 양준혁에 곽채진과 황두성까지 내줬다. 양준혁이 이에 반발하면서 한참 시끄러웠다.

 2000년대엔 자금난에 시달린 현대와 히어로즈(현 넥센)가 돈을 받고 선수를 팔면서 트레이드에 대한 이미지는 또 변질됐다. 이후 가끔 이뤄지는 트레이드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았다. 2000년 이후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생기자 각 구단은 필요한 선수를 돈으로 사기 시작했다.

 FA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최근에는 트레이드 규모가 꽤 커졌다. KIA가 2009년 LG의 백업 멤버였던 김상현을 영입해 홈런왕을 만든 게 좋은 사례다. 넥센은 2011년 LG로부터 박병호를 데려와 이듬해 홈런왕으로 키워냈다. 손해만 봤던 LG도 지난겨울 삼성으로부터 불펜 정현욱·현재윤·손주인을 트레이드해 성공을 거뒀다.

 성공사례가 많아질수록 트레이드는 활성화될 수 있다. 게다가 신생 구단(NC·KT)이 생겨 거래 활성화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떠난 선수에게 미련을 둘 게 아니라 필요한 선수를 데려왔다면 만족해야 하는 게 트레이드의 본질이다. 스토리까지 만들어졌다면 더 좋다. 그런 의미에서 SK-KIA의 트레이드에는 서로에게 윈-윈(win-wi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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