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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맹권부의 암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장막에 싸인 「하노이」의 권부안에서는 현재 화전양론과 더불어 농업노동자와 공업노동자간에 어느 쪽이 당내 「이니시어티브」를 쥐느냐를 에워싸고 심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맹은 이때까지는 월남전으로 외관상으로는 집권층에서 일치단결하여 이른바 고도국방체제를 갖추고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것같이 보여왔지만 그실은 「모스크바」를 상전으로하는친소수정주의자와 북평에 의지하는 교조주의자간에노동계급의 역할에 관해서 심한 논쟁이 벌어지고있는 사실이 최근 두가지일로 탄로됐다.
구랍 월맹노동당이 발표한 일련의 정책성명과 또한 평화협상제의 (구엔·두이·트린부수상겸 외상) 가 바로 그 것.

<내란의 위험신호>
월맹노동당중앙위원회는『혁명하의 노동자계급의 역할과 지위를 경시하려는 경향은 단호히 비판할 필요가 있다』고 규정지음으로써 과거의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비판을 내렸다. 이 같은 기본정책 비판은 공산주의 사회의 관례로 비추어 본다면 분명히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내분위험신호로 해석되는 것이다.
최근 노동자계급의 역할에 관해서는 중·소간에서도 논란되고있다. 「크렘린」은 중공이 공업노동자계급의 역할을 무시해왔다고 비난하고 있는 때인만큼 월맹노동당 안에서도 그 시비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나 뒤집어 생각한다면 친소파와 친중공파간의 권력다툼인 것.
이 같은 암투는 지난번 월맹외상「트린」의 이른바 평화협상성명의 뒤처리에서 더 뚜렷이 나타났다.
구랍30일 「트린」은 외몽고정부및 공산당대표들과 많은 외국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미국이 북폭을 중지하고 평화협상에 나설것을 성명했다.

<매스콤 통해 공포>
그러나 중요한 이정책발언은 「하노이」의 신문·방송은 물론, 해외송신을 맡고있는 월맹통신사마저 일제히 묵살해버렸는데월맹정권은 3일후에 모든「매스콤」기관을 동원, 부랴부랴 「트린」성명을국내외에 공포했다.
더구나 그동안 외국「저널리스트」들과의 접촉을 일제 끊고있던 「파리」주재 월맹 외교관도 갑자기 미국「웨스팅하우스」방송「파리」주재특파원을 불러「트린」의 성명과 관련, 월맹의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친소파 우세한듯>
공산권전문가들은 이 같은 처사는 공산세계에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로 분명히「하노이」정권안의 일부에서 반발, 한때 실력행사로 이 보도를 막았으나 결국 협상을 바라는 친소파가 승리한 것으로 믿고 있다.
이 같은 결과로 본다면「하노이」정권안의 암투는 공업노동자틀 중시하는 친소파가 우세하다는 결론이 나오며 앞으로 월남전의 양상이 협상「무드」를 타게된다면 호전적인 중공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평화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소지는 다분히 있다.

<양회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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