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전전하다 귀한 생명 잃지 않으려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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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에서는 호흡곤란으로 쓰러진 75세 남성이 두 시간 사이 응급실 입원을 36차례나 거절당한 끝에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출동한 응급구조팀은 그를 데리고 지역 내 병원을 모두 들렀지만 진료할 의사가 충분하지 않다거나 침대 여분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입원을 거절당했다. 결국 앰뷸런스는 20분을 이동해 인근 이바라키현에 있는 병원으로 갔지만 도착 직후 남성은 숨을 거뒀다.

이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응급실을 전전하다 제때 치료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2012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응급실을 찾는 환자 중 병원 이동이 있는 ‘전원 환자’가 비전환 환자보다 사망률이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17.6%가 전원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간의 응급실 선택, 생사를 좌우
갑작스럽게 응급실을 가야할 때 응급환자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빠른 응급조치이다. 하지만 순간의 잘못된 응급실 선택이 생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응급실 선택에 있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중앙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김성은 교수는 “우선 응급 상황 시 진료가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응급실에 갔을 경우 대기시간을 최소화해 신속하게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는지와 해당 병원 응급실의 시설, 장비, 인력 및 중증환자에 대처하는 수준이 법정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사전에 확인해 봐야한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는 전국 433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와 함께 응급실 과밀화 지표(병상포화지수)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일부 수도권 유명 대형병원에서는 응급실 과밀화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름 있고 큰 병원이라고 무작정 가다간 제대로 된 응급조치도 받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다 생명이 위험한 지경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이럴 땐 스마트폰 ‘응급의료 정보제공’ 앱이나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을 적극 활용해보자. 진료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을 찾아 진료 대기여부, 응급입원실, 수술실, 중환자실의 이용 가능여부 등의 정보를 확인한 후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대기시간을 최소화해 신속하게 응급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평소에 거리가 가깝고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충족하는 병원 응급실 전화번호를 알아둔 뒤 응급상황 시 직접 전화로 확인하고 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환자의 수술력, 복용약, 통증 발생 시간 의료진에 전달해야
특정 증상은 응급실에 가기 전 몇 가지 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김성은 교수는 “빠른 혈전용해제 및 혈관중재시술이 필요할 수 있는 급성심근경색과 뇌경색의 경우 증상 발생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급성심근경색 12시간, 뇌경색 3시간)”며 “이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보호자나 목격자가 환자와 함께 병원을 방문하지 않거나 연락처가 없으면 치료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가슴통증이나 마비, 의식장애가 발생한 환자에 있어서는 정확한 증상 발생 시간이 의료진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김 교수는 “이전에 진단받았던 질환, 특히 출혈성 질환이나 수술력, 그리고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은 혈전용해제 사용 가능성 판단에 중요하므로 의료진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며 “처방전이나 최근 병원 기록을 가지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열이 나서 응급실을 찾았을 경우에는 체온의 변화를 기억 혹은 기록해두었다가 의료진에게 알려주고, 진찰의 용이성을 위해 입고 벗기기 쉬운 옷을 미리 입고 가는 것이 편리하다.

한편 중앙대병원 응급의료센터는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7년 연속 상위 등급을 기록하고 있다. 신속하고 원활한 응급진료의 활성화를 위해 응급중환자실을 운영, 응급실을 통한 24시간 상시 입원 체계를 가동해 3시간 안에 입원, 수술 여부 등의 상황 조치가 가능함으로써 최상의 응급조치가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또 중환자실 병상 부족으로 입원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응급중환자구역 2병상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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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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