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령시 옛 명성 되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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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일 오전 대구시 중구 남성로 대구약령시 골목.우뚝 솟은 약령시 서문을 지나자 한약 달이는 냄새가 코 끝을 확 스친다.짙게 밴 한약 냄새가 전통의 약전골목임을 금방 알게 해준다.

길 곳곳에 공사장과 도로를 구분짓는 가드레일이 있고 도로와 인도에는 다양한 모양의 장방형 돌이 깔리고 있다.새까만 돌은 구멍이 숭숭 뚫린 제주산 판석이다.

공사가 한창인 약령시의 한방테마거리 단장 모습이다.테마거리는 대구시와 약령시보존위원회가 지난해 부터 벌이고 있는 ‘약령시 문화관광기반시설 확충’사업의 하나.3백50년 전통의 약령시 명성을 되찾기 위한 사업이다.

◇어떤 사업 펼치나=사업은 크게 한방테마거리 조성·약령시 상징문건립·소공원조성·공영주차장 건립 등 4개 사업으로 나눠 진행된다.

약전골목 6백40m(남성로 서편∼동편)에 조성될 테마거리는 약령시의 향기가 듬뿍 묻어 나도록 설계됐다.이 일대에는 3백여개의 한약방·한의원·한약도매상 등이 밀집돼 있다.

아스팔트가 깔려있던 골목길은 인도·차도가 분리되고 인도·차도 사이에는 주목 등 조경수나 한약재·한약초가 줄을 이어 심어져 향기를 내뿜게 된다.

두개의 상징문도 세워진다.남성로의 금호호텔쪽에는 서문(기완공),중앙파출소 건너편에 동문이 각각 세워진다.커다란 문 기둥 사이로 차가 지나 다니게 되고 지붕에는 기와가 올려지며,전통적인 문양·단청 등으로 치장된다.

옛 고려예식장·경일한의원·종로호텔·한일산부인과 옆에는 전통 양식의 홍살문 4개가 세워진다.

낡아서 보기 흉하던 약전골목이 전통·현대미가 어우러진 거리로 되살아 나는 것이다.

시민·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도 갖춰진다.분수가 있는 연못,지압을 할 수 있는 보도,전통적인 담장을 갖춘 소공원(2백45평)이 조성되며,공원에는 화장실·음수대·파고라 등이 갖춰진다.

성내2동사무소 동편과 희도맨션 서편에는 공영주차장 2개소가 건립된다.공영주차장은 부지매입이 이뤄져 다음달 초 착공된다.

대구시는 이와함께 경북대 차세대 정보통신연구소에 의뢰해 ‘사이버 약령시’를 구축 중이다.한의약 관련 정보체계를 구축하고 한약재 전자상거래를 하기 위한 시스템이다.내년 7월쯤이면 인터넷에서 약령시를 구경하고 한약재 거래도 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길가에 어지럽게 널려 있던 전기줄은 모두 땅에 묻히고 각양각색이던 한의약 관련업소의 간판은 ‘고풍스런’이미지로 되살아 난다.간판은 국제화에 발맞춰 국문·영문·한문이 함께 표기된다.

◇왜 변신 시도하나=약령시는 조선시대 국내 및 일본·중국 등지까지 한약재 유통을 담당해온 특수시장이었다.5일장 형태로 전국 각지의 한약재 등이 몰려 북적였다.

1941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한때 폐쇄되기도 하는 등 교통발달과 함께 전국적인 명성이 다소 쇠퇴했으나 1978년 부터 민간차원에서 약령시 부활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45명의 한약업사가 약령시 보존위원회 회원으로 가입,약령시 보존을 위해 매년 약령시 축제를 여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대구지역의 경기 침체와 외환위기 등으로 약재생산,수집·판매 등 약령시의 기능이 갈수록 쇠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대구시가 마련해 추진 중인 ‘약령시 활성화 방안’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기대효과=8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활성화 사업은 오는 4월말 마무리 된다.이에따라 올해 봄의 약령시 축제때는 과거 25만∼30만명이던 관광객(외국인 관광객 7천여명 포함)들이 한층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사)약령시보존위원회 김부환(62)이사장은 “일제시대까지만 해도 약령시의 매출이 대구부(지금의 市)의 일년 예산보다 많았다”며 “옛 전통이 되살아나면 관광객 증가와 함께 대구가 한약재 거래의 중심지로 되살아 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한약재 시장은 교통이 좋은 경북 영천 등에 많이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교통소통 문제.대구시 중심에 위치한 약령시의 교통체증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시장활성화와 관광객 유치가 탄력을 받게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보건과 한의약진흥 담당 신상갑(49)씨도 “약령시 활성화사업을 계기로 대구가 한약재 물류 유통의 중심지로서 위상을 회복할 것”이라며 “이에 걸맞는 교통소통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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