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된 윤중천씨 "김학의 모르는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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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접대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이 9일 오후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미근동 경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상선 기자]

9일 낮 12시30분쯤 서울 미근동 경찰청 별관. 회색 정장 차림의 50대 남성이 들어섰다. 사회 고위층 성접대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52) 중천산업개발 전 회장이었다.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윤씨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기자들이 뒤엉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윤씨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성접대를 한 사실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성접대 동영상을 촬영한 적이 있습니까.

 “모르는 사실입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는 아는 사이입니까.

 “모르는 사람입니다.”

 고위층 성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날 윤씨를 소환 조사했다. 수사에 착수(3월 18일)한 지 52일 만이다. 그간 경찰은 “윤씨에 대한 조사는 최종 단계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씨를 소환 조사함에 따라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는 거의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윤씨 주변 인물들을 대상으로 그의 각종 의혹에 대한 확인 작업을 벌였다”며 “이를 토대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윤씨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유력 인사들에게 성접대 등 향응을 제공하고 이를 대가로 공사 수주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학의 전 차관을 비롯해 전 감사원 국장 S씨, 전직 대형 병원장 P씨, 현직 고위 공무원 P씨 등이 윤씨로부터 접대를 받은 대상으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경찰은 이날 윤씨가 유력 인사들에게 실제로 성접대를 했는지, 접대의 대가로 청탁을 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또 그가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성접대 동영상의 진위 여부도 캐물었다. 경찰은 이미 확보한 성접대 동영상 원본 파일 3개와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의 진술 등을 근거로 윤씨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앞서 경찰청에 출두하면서도 기자들에게 “김 전 차관을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3월 2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김 전 차관과) 개인적으로 마음을 주고받던 사이”라고 말했었다.

 경찰은 윤씨 조사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구속영장 신청 등 강제 수사도 검토 중이다. 또 로비 대상으로 거론된 인물들과 윤씨의 대질신문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전 차관 등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글=정강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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