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핵 쓰레기… "더는 못늦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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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째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핵폐기물 처리장 후보지가 다시 선정됐다. YS와 DJ 정부는 지역 인심을 잃을까봐 미적거려 왔는데, 공교롭게도 정권이 바뀌는 시점에 다시 불거졌다. 결국 노무현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위=1986년 이후 수차례에 걸친 부지 선정이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90년 충남 안면도를 후보지로 지정한 데 반발해 일어난 안면도 사태로 당시 정근모 과학기술처 장관이 물러나고, 시위 가담자가 사법처리되기도 했다.

94년 경기도 옹진군 굴업도는 활성 단층이 발견돼 백지화됐다. 2000년에는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의 신청을 받았으나 신청이 없었다. 이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이 전문기관에 용역을 맡겨 총 2백44곳 가운데 이번 후보지 네 곳을 골라낸 것이다.

◇배경=현재 18기의 원전이 돌아가고 있고, 2015년까지 8기가 추가로 건설되지만 핵폐기장이 없다. 원전이 있는 세계 31개국 중 핵폐기장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곳은 한국.대만.벨기에.네덜란드.슬로베이나 등 5개국뿐이다.

부지가 확정되면 지하 10여m 깊이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어 폐기물을 묻거나 지하동굴을 파서 묻게 된다. 그동안은 핵폐기장이 없어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해왔다. 이곳의 저장 용량이 9만9천9백드럼(1드럼=2백ℓ)인데 지난해 말 6만드럼이 찼다.

정부는 오는 2008년이면 꽉 차 저장할 곳이 없어 건설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밝혔다. 만약 그때까지 핵폐기장을 만들지 않으면 원전을 멈춰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 원전이 국내 전기생산의 40%를 맡는 점을 감안할 때 전력난이 불가피해진다.

고현곤 기자 <hkkoh@joongang.co.kr>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 일지>

▶1986 건설사업 추진

▶88~89 경북 영덕.영일.울진 등 부지 조사 추진.중단

▶90.11 충남 안면도 후보지 선정했다가 안면도 사태 발생

▶91.6 안면도 후보지 해제

▶91~94 경북 청하.울진, 경남 장안 등 부지 확보 추진.중단

▶94.12 경기 옹진군 굴업도 후보지 지정

▶95.12 굴업도 후보지 해제

▶2000.6 부지 공모 실패

▶2001.12 후보지 선정 용역 착수

▶2003.2 경북 울진.영덕, 전남 영광, 전북 고창 등 4곳 후보지 선정

▶2004.3 부지선정위원회, 최종 부지 확정 예정

▶2006.10~2008.12 건설.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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