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정치의 두개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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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구년말 정기국회는「28파동」이라는 중대오점을 남기고 폐회했다. 6·8총선후 근반년간이나 공전하던 국회가 양당간 정치협상의 타곁로 간신히 정상화의 궤도에 들어선지 1개월도 되기전에 또다시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진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아니할수 없다.
28파동은 6·8총선 후유증을 근본적으로 고치지못하고 국회운영의 정상화를 기한데서 비롯한 불상사로서 협상타결후의 국회운영이 형식상으로는 양당국회의 면모를 갖추었지만, 사실상으로는 일당국회의 연장에 지나지않았다는 증좌라 볼수있다. 따라서 68년 한국의 정치의회의 과제는 6·8총선의부정·부패를 하루빨리 처리하면서 명실겸전한 양당국회를 구현하는데 있다하겠다.

<부정선거의 처리>
우선 6·8선거의 부정처리문제인데, 우리는 이문제가 여·야간 의정서의내용에 따라서 신속히 매듭지어지기를 강력히 요망한다. 작년말 정기국회에서 공화당은 의정서대로의 특조위법제정에 대해서 난색을 표시하여 법정기일을 넘겼음은 물론 예산안처리후에 이를 처리하겠다는 언약도 저버렸다. 이리하여 공화당은 처음부터 특조위법을 제정하여 6·8총선의 부정을 규탄하고 시정할 생각이없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마저 생겨난다.
작년11월의 여·야협상의 타결은 선거부정을 원내에서 규탄하고 시정한다는 조건부로 신민당이 등원을 약속했던 것이므로 특조위법의 제정이야말로 양당에의한 국회운영 정상화의 전제조건이라 볼수있다. 그렇다면 공화당은 특조위법제정작업에 대해서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고 최선의노력을 다하는것이 타당할것이다. 만약에 앞으로도 공화당이 선거부정처리에 관해 무성의하고 미온적인태도를 지속한다고하면 여당은 비단 야당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국민일반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연극을 연출했다는 비난을 면치못하게 될 것이다.
집권당이 특조위법제정이라는 미끼를 던져 신민당을 원내에 낚아들였는데, 이제 그목적을 이루어놓았으니 그미끼마저 다시 빼앗겠다고 하면 이런정당을 상대로 또 무엇을 믿고 상의를 할수있겠는가. 지금 정부·여당가운데는 시간만 벌면 6·8총선의 부정부패에대한 국민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그부정의 결과가자연히 정당화될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말해둘것은 ①6·8총선처럼 엄청난 부정의방치는 시간의 경과로 그결과가 합리화할수는 없다는것이요, ②「국회의원아닌 국회의원」이 국회에 남아있는한 그 국회는 결코 권위를회복하고 국민의존경을 받을수없다는것이며 ③6·8총선부정의 규탄시정을 유야무야로 끝낸다면 다음에는 그보다 더 큰 부정이 자행되어 이땅위에서 공명선거가 영원히 자취를 감추고 말것이다.
위의 모든점을 고려한다면 선거부정의 신속한 규탄·시정이야말로 국가백년지대계로 보아 부엇보다도 절실히 요망되는 과제라 할것이다. 공화당은 다수당으로서의 체통을 살려 자진해서 임시국회소집을 요구하고 이 문제를 깨끗이 매듭지음으로씨 당전체가 피의자취급을 당하는 불명예의 궁지에서 벗어나도록 하는것이 아마도 현명할것이다.

<국회정상화의 전제>
다음 국회정상화문제인데 우리는 양당이 제각기 자세를 가다듬어 명실겸전한 민주의회를 구현해 주기를 염원한다. 다수당에의한 안건의 변칙적인 처리가 번복되는것으로보아 지금 우리국회가 중환상태에 빠져있다는데 대해서는 누구도 이론을 제시하지 못할것이다. 어떻게 해서 우리국회는 이처럼 이상질환속에 놓여있는가. 그 첫째는 3대1로 벌어진 여·야의석의결정적인 불균형상황에서 다수당은 분명히 소수당을「무시할수있는양」으로 다루는 사고방식에 젖어있다는것이다. 무릇 의회정치는 여·야의 의석차가 근소하여, 서로들 상대당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합리적타협으로 국리민복을 최대한 실현하지않을수 없다는것을 그운영의이상으로한다. 지금 우리국회의 의석분포상황은 이러한 이상과는 너무도 거리가멀다. 양의 결정적인 불균형은벌써 그것만으로도 의회정치의적신호라고 볼수있다. 하물며 다수당이 수의 위력에 도취되어 소수당의 존재를 무시하고 독선·독주를 거듭하게된다면, 그의회는 파란과 위기의 연속을 면치못한다.
이런조건하에서의 의회정치는 다수당이 인내와 관용의 미덕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설득과 타협으로 안건을 처리함으로써 소수당으로하여금 절망적인 반항을 시도하지 않도록 함으로써만 비로소 건전하게 국회는 기능할수있다. 정치적 다수결이 소수의사를 전적으로 배제하고 다수의사안을 일반적으로 관철하는것이라면 소수당은 처음부터 국회에 들어올 필요조차 없을것이다. 다수결이란 아무때나 타협의소산이요 소수당의 입장에서도능히 참고 따라갈수있는「다수·소수결」이어야한다는점을 집권당의 지도자들은 각별히 명심해둘 필요가 있다.
그 둘째는 양적으로 너무나 열세한 소수당이 자포자기의 심정에서「전아니면무」의 극한전술을 취하고자한다는것이다. 대중동원의 한계능력이 뻔한 보수야당의 이와같은 전술이 별로 주효치 못하다는것은 지난날의 한·일협정비준파동이나 등록거부파동이 너무도 잘 증명해주고있다. 그뿐더러 「전 아니면 무」의 전술은 필경 강온양파대립으로 내분을 가져와 가뜩이나 불리한 입장에 서있는 야당을 분열·호해시킬 위험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는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정치상황에서는 소수당은 이런 모험은 삼가고 어디까지나 의회정치의 테두리 속에서『무엇언가 다소라도 실리를 얻는투쟁』을 벌이는것이 현명한것이다. 정치에 있어서는「최선」을 바라고 싸우다가 실패하면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기쉽다. 그러나「보다 나은것」을 노리고 싸우는 경우에는 실패를 해도「보다나쁜것」을 결과하는 정도로끝난다는것을 알아야한다. 절망과 만용은 상통하는 것인데 양자는 의회정치에서 다같이 배격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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