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손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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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비탈길 내리막에서「버스」의 앞바퀴가 빠져 나갔다. 달리던「버스」는 곤구박질을 칠수밖에 없다. 비탈 옆은 바로 벼랑이었다. 그 아래로 강이 흘렀다. 곤두박질을 하던「버스」는 그 벼랑을 굴러 강으로 떨어졌다.
그날따라 장날이었다. 「버스」는 함양장터를 들러초만원을 이루었다. 58명정원에l백명을 태웠으니 짐작이 간다. 승객들은 호흡마저 답답했을 것이다. 사신은 마치 무슨 노여움을 참지못해 이렇게 벼르고 벼르던 일이라도 저지른것 같다. 그처럼 사고는 걷잡을수 없이 되었다. 사망41명, 부상 59명
바로 하루전인 6일엔「마이크로버스」한대가 춘천「댐」에 뛰어 들었다. 20미터 낭떠러지에서 구른 것이다. 8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다.
그「죽음의 벼랑」에서도 기막히게 살아난 사람들이 있다. 실로 人問은 누구도 어쩔수없는 운명의 무대위에서 아슬아슬한 생사의 줄타기를하며 숨막히는 순간들을 살아가고 있다는 실감에 사로잡힌다. 앞서의 두경우, 사고는 결코「불가항력」이 아니었다. 하나는「정비불량」,다른하나는 「운전부주의」였다. 모두 비정의 기계탓만은 아닌데에 문제가있다. 함양사고는 따지고보면 정비만 탓할수도없다. 정작 그 車는 64년제신품(?)이며 정비를 한지도 15일밖엔 안된다. 사고의 마수는 정원초과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덩치에 지탱할수없을만큼 짐을 졌으니 거꾸러 질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럴수록 기계아닌, 인간을 원망하게된다.
사고의 양상은 언제나 비슷하다. 똑같은 원인의 사고들이 끝도없이 반복되고있는것이다. 그것은 책임이 인간에게 있다는 산증거이다. 서울 장안을 활보하는「버스」들중엔 2차대전에 종군한 노병들도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박물관의 전시장도 아니고 바로 우리의 앞뒤, 현실의 가두를 그들은 질주하고있다. 그럴수록 공중차량의부속품은차가운 쇠붙이 아닌 인간의 따뜻한 양심과 미덕으로 보완되어야 할것이다. 조그만 나사못 하나가 수십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비극을 우리는 지금 적나라하게 목격했다. 자동차의「핸들」을 곰의발목아닌 인간의 따뜻한 손에 꽉쥐어주는「인간행정」은 정말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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