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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네이처', 정곡을 찌르는 희한한 농담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감독 의도의 60%만이 효과를 봤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존 말코비치 되기(Being John Malkovich)'의 각본을 쓴 찰리 카우프만 감독의 자아도취적인 새로운 작품 '휴먼 네이처(Human Nature)'는 신기하게도 실패 요소로 관객을 즐겁게 했다.

카우프만과 미셸 곤드리 감독은 '시계태엽장치 오렌지(Clockwork Orange)'가 갖고 있는 금기에의 도전과 파이어사인 시어터(미국의 코미디 그룹)의 고차원적이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결합해 원시적인 성적 본능을 실험했다.

온몸을 털로 덮은 코트를 입은 패트리샤 아퀘트가 영화 내내 원숭이처럼 나무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것은 신경쓰지 마라. 영화의 대사들은 모두 '언제나 마음은 태양(To Sir with Love)', '소피의 선택(Sophie's Choice)', '미 앤 바비 맥기(Me and Bobby McGee)' 등에서 나온 좌익적인 인용구들을 담고 있다. 한 예로 등장인물이 "여러분, 원숭이는 그들의 대통령을 암살하지 않습니다"라고 선언하는데는 실제로 이유가 있다.

들끓는 충동

이것이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영화에는 '사랑의 사각관계'가 등장한다. 영화 속의 모든 사건들이 그들의 충동으로 인해 이루어지는 관계로, 이것이 주요 등장인물들을 가장 쉽게 묘사한 것이다.

-라일라 주트(패트리샤 아퀘트 분): 숱이 적은 털로 뒤덮인 불행한 상태로 태어난 라일라는 결국 그녀의 유전적인 불행에 굴복하고 야생으로 돌아가기를 결심한다. 그녀는 결국 자연 탐사 작가가 되고, 이로 인해 동물들과 살면서도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라일라는 이 영화 속의 다른 인물들처럼 '진짜' 사회로부터 떨어져 지내기에는 성적 욕구가 지나치게 자란다. 그녀는 인정많은 의사(로지 페레즈 분)를 고용해 몇 년 간 고통스런 전기분해 요법을 사용해 몸의 털을 제거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털을 깎아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시간 동안 라일라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나단 브론프먼(팀 로빈스): 샐로드를 먹을 때 잘못된 포크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정신적인 학대를 받은 나단은 학교에서 흰 쥐에게 적절한 테이블 에티켓을 가르치는 연구를 한다. 그의 이론(그리고 이것은 카우프먼의 생략적인 사고 과정과 대단히 연관이 있다)은 사람에게 실행하기 전에 쥐를 가르칠 수 있는 가를 알아내기 위한 것이다.

35살의 총각으로 곤란할 정도로 작은 성기를 지니고 있는 나단은 주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주트의 육체적인 결점때문에 그는 곧 프랑스인 조수 가브리엘(미란다 오토 분)에게 끌리게 된다. 그렇다. 프랑스인을 등장시킨 것은 의도적이다. 나단이 천국에 앉아서 나레이션 하는 것 또한 주목해야 한다. 그의 이마에 있는 총알 구멍은 그가 왜 거기에 있는가를 설명해준다.

-퍼프(리스 이판): 원칙적으로 볼 때 그는 야생아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는 고릴라처럼 행동하는 사람에 의해 숲에서 길러졌기 때문이다. 나단은 퍼프에게 잔인한 과학적인 방법을 써 다시금 그를 짐승의 상태에서 교양있는 영국인으로 바꾼다. 문제는 그가 주변에 있는 모든 여자에 대해 성적 자극을 절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퍼프는 라일라와 가브리엘을 비롯해 마주치는 모든 여자에게 관심을 갖는다.

용감한 연기

당신이 상상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싸구려 잡지의 형태를 표방하고 있다. 또한 몇몇 이미지들은 웃기엔 너무 불편하다. 퍼프의 전기자극 교육방법은 재밌다기 보다는 잔인하다. 그리고 몇몇 익살들은 아무런 반응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아퀘트가 온몸이 털로 반쯤 덮여서 밤비처럼 숲을 깡충거리며 다니면서 부르는 기괴한 디즈니식 뮤지컬 간주곡도 포함됨).

그러나 카우프먼 감독은 한 번 웃기면 크게 웃긴다. 영화에는 여섯번에서 일곱번 정도 크게 웃을 순간이 등장하는데 이것들은 전에 나온 남학생 코미디 영화 15개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재밌다.

이 영화와 데이비드 오 러셀의 '망각의 삶(Living in Oblivion)'을 통해 타고난 코미디 감각을 지닌 여배우임을 증명한 아퀘트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용감한 여성임에 틀림없다. 아퀘트는 '휴먼 네이처'에서 종종 누드로 연기한다. 카우프먼 감독은 그녀에게 바보처럼 보일 게 틀림없는 연기들만 시켰다. 그러나 그녀는 이것을 상당히 세련되게 연기해냈다. 이판 역시 훌륭했다. 비록 그의 남성성이 충격을 완화하긴 했지만 말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할리우드에게 '뭔가 다른 것'은 자동적으로 돈 낭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휴먼 네이처'는 당신이 이전에는 본 적이 없는 것들을 조금씩 모두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는 신성 모독, 실험실의 폭력, 누드, 섹스 그리고 약 20회 가량의 기이한 자위행위까지 포함돼 있다.

Paul Tatara(CNN) / 이정애(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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