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金, 명품 속옷 사업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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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12월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세운 화장품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 란제리를 내놨다.

앙드레 김은 “곧 시계·테이블웨어·침구류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패션 의류로 출발해 화장품·시계·란제리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샤넬·캘빈 클라인·조르지오 아르마니·입생 로랑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는데도 변변한 명품 브랜드 하나 없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국내에도 좋는 제품이 있다면 비싼 돈 들여 외국 물건 살 이유가 없죠. 패션 디자이너로서 그동안 쌓은 명성에 걸맞게 최고의 제품만을 선보일 예정이예요.”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외모나 목소리가 젊은이 못지않은 앙드레 김은 새로 시작하는 사업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이 가득하다.

4월2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대규모 패션쇼를 개최하면서 론칭한 란제리 ‘앙드레 김 엔카르타’를 보면 그의 자신감이 공연한 허풍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 팬티와 브래지어가 주축인 엔카르타는 앙드레 김 특유의 화려함과 모던함이 잘 조화됐다는 평가다.

이 제품은 앙드레 김과 독점계약을 맺은 엔프리인터내셔날이 디자인하고, 앙드레 김이 최종 승인하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현재 1백여종에 대한 디자인을 마쳤다. 엔프리인터내셔날 이성수(48) 사장은 “엔카르타 란제리는 와코루·바바라 등 해외 유명 브랜드에 못지않은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엔카르타는 당분간 LG홈쇼핑을 통해서 독점 판매된다. 아직 생산이 원활치 못한데다가 여기저기 물건을 뿌릴 경우 명품으로서의 이미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염려에서다. LG홈쇼핑에서도 매주 편성되는 여느 제품과 달리 이달 말부터 월 2차례만 방송할 예정이다.

브래지어와 팬티를 한 세트로 묶어 두 세트 단위로 판매되는데, 가격은 25만원대로 국내 브랜드 중에선 최고가에 해당한다. 프랑스·스위스 등지에서 수입한 고급 원단을 사용했기 때문에 가격대가 높아졌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엔프리인터내셔날 이사장은 “고가 란제리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 부문인데도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제품력을 갖춘 곳이 많지 않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엔프리인터내셔날은 LG홈쇼핑 공급에 이어 엔카르타 이외 다른 브랜드를 론칭해 백화점 입점 및 로드숍 사업도 함께 펼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수출도 적극 모색 중이다.

앙드레 김의 이름이 해외에서도 많이 알려진 만큼 유럽과 미주시장에서도 먹힐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이사장은 “국내 로드숍을 먼저 낼지 아니면 뉴욕 등지에 안테나숍 형태의 매장을 먼저 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수출시장 개척은 브랜드 확대를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사장은 사업이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이사장은 KBS 기자로 활동하다 최근까지 여성케이블 SDN 대표를 지낸 방송인 출신으로,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앙드레 김과 연을 맺은 것이 사업의 계기가 됐다.

“명품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탈리아의 유명 브랜드들은 가내수공업 형태로 출발해 오늘날의 세계적 브랜드가 된 것들입니다. 그런 명품을 한국에서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해 오다 앙드레 김에게 속내를 비춘 것이 사업 시작의 계기가 됐죠.”

앙드레 김이 란제리 사업을 시작하게 된 데는 지난해 12월 첫 제품을 출시한 화장품사업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이 제품의 판매를 위해 제휴 사업자인 한불화장품은 패션코스메틱이란 별도 법인까지 만들었다.

기초화장품의 경우 개당 5만∼6만원으로 부담스런 가격대였지만, 의외로 시장에서의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패션코스메틱 관계자는 “앙드레 김 화장품은 5만∼6만원의 고가지만, 월 8억원어치 이상이 팔려 올해 1백1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라며 “예상 외로 판매 호조를 보여 올 상반기 중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앙드레 김이 이처럼 여러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있다.

한 백화점 상품기획 담당자는 “고가 제품의 소비는 워낙 해외 명품쪽에 집중돼 있어 국내 제품이 그 시장을 뚫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며 “명품 소비자들이 별 고민없이 앙드레 김 제품을 고르게 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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