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방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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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촉즉발의 긴장감. 「바리케이드」를 구축하고, 저항선이 삼중으로 대비되었다. 최전선은 세뇌저항선, 제2선은 실력저항선, 제3선은 돌격저항선.
적(?)이 우르르 쳐들어 (?)오면 이젠 백병전이다. 치고 부수고 터지고 할 것이다. 야전장엔「링게르」 주사를 맞는 피노병도 있다. 벌써 8일째 계속되는 위기의 순간, 순간들이다. 전황은 화·전을 예측할 수 없다. 기어이 자금은 전시체제로 돌입했다. 터지고 말 것인가. 「대치」「공방」「저항선」,「돌격」… 「칼럼」 자는 지금 종군을 하는 기분이다.
바로 우리 국회 의사당의 방관기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가. 어이없는 일이다. 여·야의 뜻은 「적대」도 「증오」도 아니다. 한데도 우리의 국회는 공격하는 적도 있고, 방격하는 적도 있는 것이다.
1백50년 전만 해도 영국의 의회는 술에 취해 연설해도 아무 일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의원은 잔혹하게 사직을 당해야 한다. 의회의 이성은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도 된다.
한국의 의회가 계절병처럼 이 무렵만 되면 마비상태에 빠지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의원은 임기 때마다 반수가 넘게 새 사람으로 바뀌는데도 구태의연은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협상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여당 쪽은 집권자라는 입장만으로도「아량」과 「관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집권자는 「불도저」를 운전하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윈스턴· 처칠」은 기자 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정치라는 것은 거의 전쟁 못지 않게 사람을 흥분시킨다. 똑 같이 위험하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전쟁에서는 단 한번 죽으면 그만이지만 정치에서는 여러 번 희생을 당해야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처칠」의 폭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정치가가 폭을 지니지 못할 때 「정치무대」는 어지러워지고 혼란에 빠지고 만다.
고작 의사당의 의자를 뒤집어 놓는 것쯤으로 가장 효과적인 의사방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야당의 머리도 문제지만 그것을 기약으로 해치우려는 여당의 머리도 중량을 생각하게 한다. 모두 「조두」 들이다. 다음의 유권자들은 입후보들의 두상부터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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