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이 없는 월남의 성탄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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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이공=조성각·김용기 특파원】월남의 [크리스머스]는 외국인이 득실거리는 도시 유흥가에 먼저 온다.
인구의 80%이상이 불교도인 월남엔 [캐럴]이 없다.3만 여명의 신자를 가진 [가톨릭]성당에도 장식 없는 [그린·크리스머스].
월남인들이 온통 폭죽을 터뜨리며 열광 속에 즐기는 구정과는 달리 [크리스머스]는 [겨울]처럼 거리가 멀다.
[카드]나 선물교환은 일부 상류층만의 행사.
{구미의 [크리스머스]풍속에 월남은 아직 물들지 않았다}고 한 월남인은 자랑(?)했다.
그래서 월남의 [크리스머스]는 외국인들이 향수를 달래는 축제 같이도 보인다. 외국인 손님을 끌기 위한 [나이트·클럽]과 미군 PX물품이 가득한 상가만 때를 만난 기분. [사이공]중심가의 [웬후에]거리엔 장식용 생목이 즐비하다.
높이 1미터의 [트리]가 2천[피애스터](약4천원)―. 주로 미국인들이 사간다고. 우리 파월 장병들의 [크리스머스]기분도 만만치 않다. 포성이 잠시나마 멎고, 고국에의 향수와 축제기분에 들뜬 장병들의 마음.
30만 공무원의 성금으로 보내진 파월 장병 위문단이 이들의 엇갈린 심정을 달래준다. 지난 11일[사이공]에 도착한 이 위문단의 순회공연에 가는 곳마다 열광적인 환호성. 장병들이 원하는 대로 [앙코르]를 받는 열연을 보여 울리고 웃기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이들 일행중 가수 김상국군은 102병원에서 신음하다 숨져 가는 한 병사의 손을 잡은 채 그의 임종을 지켜보는 뜨거운 동포애의 장면도 보였다.
이곳 십자성부대장 유학성장군은 {연예인들의 방문이 장병사기에 가장 큰 보탬이 된다}면서 이국에서의 반가움을 감추지 않았다.
장병들은 세모와 [크리스머스]에 받은 고국의 따뜻한 선물을 가난한 월남사람들과 나누며 즐거움을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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