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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의 대학생 | 야망 없이 귀족화 | 징집기피가 진학이유 | 학자들은 불·미파로 대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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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이공=조성각·김용기 특파원】월남의 대학생들은 전쟁·혁명·정변의 살벌한 악순환과 아직도 완전히 씻어버리지 못한 식민지적 교육풍토에서 야망 없는 현실도피에 빠지고 있다.

<단 3개의 국립대>
인구 약2천만의 월남에는 단 3개의 국립대학교 [사이공]·[후에]·[칸토]와 2개의 사립대학([달라트]의 [가톨릭]·[사이공]의 불교계)밖에 없다. 학생 수는 약 3만5천명, 이들중 [사이공]대학교 학생이 2만7천명으로 수도에 집중되고 있다. 많은 [사이공] 대학생들은 일제 [모터·사이클]을 몰고 가로수 우거진 거리를 누비며 낭만과 멋을 즐긴다. 깨끗한 [와이샤쓰]와 끝이 뾰족한 유행적인 구두를 신고 가두주점에서 맥주를 마시며 양담배를 피운다. 그들은 양품을 벌여 논 노점상인들과 평범한 시민의 누추한 모습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들은 대학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상류계급에 속하고 있다.

<97%가 성적미달>
불란서의 영향과 기풍이 아직도 학계와 학풍을 지배하고 있는 월남의 대학교육은 단지 학문적인 문제를 넘어 월남이 시급히 개혁해야 할 부면이 되고있다. 월남의 대학교는 전쟁하는 나라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사회를 이루고 있다. 공업·농업·행정을 가르치는 대학이 월남엔 없다. 많은 대학생들은 징집기피와 졸업증명서를 얻기 위해 대학에 다니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 통계를 보면 월남의 전대학생중 97%이상이 주어진 기간에 과정을 마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고의적인 낙제와 시험기피는 징집을 기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고 있는 것 같다. 시험기피는 낙제를 해도 퇴학이 없기 때문이다. 66연도 [사이공]대학은 7천명의 문과대학생 중에서 1백59명이, 5천명의 읫과대학생 중에서 97명만이 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제일 까다롭다는 읫과대학을 빼놓고는 특별한 입학기준이 없다. 불란서계 대학예비학교, 즉 고등학교 졸업장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 부유층과 고위층의 자녀들이 무난히 입학된다. 월남인 고등학교 출신들은 그만큼 진출이 어렵다. 교수들도 파면이 없기 때문에 만약 자기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아도 탓할 수도 없다. 교수 부족은 그들로 하여금 [후에]나 [달라트]에 비행강연을 하게까지 하고 있다.

<[학원쿠테타]도 >
고루하고 보수적인 월남교육계에 개혁의 선풍이 일고 있기는 하다. 불인들이 만든 교재는 미국의 고문들에 의해 내용이 바꿔지고 있고 교환교수와 훈련계획에 따라 많은 젊은 교수들이 미국을 다녀왔다.
지난여름 [사이공]대학교 중에서도 불란서식의 아성에서 일어났던 이른바 {학원[쿠테타]}는 앞으로 다른 학계에 오게될 변화의 전주라고 보고있다. 종전 읫과대학은 불란서 학위를 받았다는 학장과 18명의 교수가 학교운영을 완전 장악, 다른 교수의 진출을 막고 불란서이외의 학위를 전혀 인정치 않는 전제를 행해왔다. 6년간의 미국연구를 마치고 돌아온 한 젊은 교수가 중심이 되어 투표를 통해 불란서계 학장과 그 동조자 18명을 제거, 학원운영을 맡았다. 그리고 모든 강의는 월남어로 하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불어가 사용되었었다.

<꿈없는 대학생활>
미국은 금년 월남의 교육투자를 작년의 6배가 넘는 1천2백만[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3개의 국립대학을 통합하는 계획과 함께 교과과정, 교수법등 변화와 대대적인 교수 훈련·건물신축 등이 계획되고 있다. 엄격한 시험제도로 징집기피를 위한 학생을 제거하며 보다 진지하고 유망한 젊은이에게 문을 열어 주자는 것이다.
대다수 도회출신 대학생들은 의사나 변호사 혹은 공무원으로 안일한 생활을 누리려고 하며 월남의 당면한 정치·경제·사회의 복잡한 문제에 도전하는 지도자로서의 꿈은 번거스럽게 느끼고 있다. 읫과대학 5년생 [투홍·틴](24)군은 {의사는 사회적 존경과 함께 돈벌이를 할 수 있다}고 말하며 {다른 아무 야망이 없다}고 했다.

<대학환경도 삭막>
그들의 환경은 모두가 삭막하다. [사이공]시에 흩어져 있는 [캠퍼스]는 부서진 의자와 책상이 무관심 속에 버려져 있다. 이러한 삭막한 환경은 그들에게 현실도피와 전쟁 혐오증을 불러일으키고, 지도자의 불신감과 강한 배타정신을 부채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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