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자의 생명경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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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3일 교통사고로 죽은 젊은 여인의 심장을 이식한 남아연방의 한 노인이 13일이 지난 현재 건재하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이번의 심장이식수술이 성공함에 따라 인간의 모든 장기(심장·간장·폐장·신장 등)이식에 밝은 전망을 던져주었다. 그러나 이번 남아연방에서 성공을 본 심장이식수술 때문에 인간의 진정한 죽음의 시기는 언제냐가 크게 문제되기 시작했다. 완전히 죽은 심장은 되살아나지 않으므로 이식해도 소용이 없다.

<「죽음의 시기」 과연 언제냐?>
그렇기 때문에 다발 부인이 완전히 죽기 전에 심장과 신장(이것은 어린이에게 이식)을 떼어냈다고 논란되기에 이른 것이다. 다발 부인은 지난2일 어머니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하여 뇌신경에 회복할 수 없는 중상을 입고 입원, 3일 상오2시 심전도에 심장마비가 나타남으로써 살아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 받았다.
그러나 이보다 30분 앞서 이식수술을 받을 위스칸스키씨에게는 이미 마취가 걸렸고 수술이 시작되었으며 이물에 대한 항원형을 정하기 위하여 혈액검사를 한 것은 이보다도 이전의 일이었는데 다발 부인의 구조를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였다는 것이다.

<임종 선언해도 살아날 수 있어>
맥박이 멎고 호흡이 끊어져서 결국 의사는 임종을 선언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일단 죽었다고 해서 되살아날 희망이 전연 없는 것은 아니라는데 있다.
다발 부인과 같이 개체의 죽음이 선고됐을 때 체내의 장기는 그제서야 서서히 죽기 시작하는 것이다.
심장은 아직도 가벼운 진동을 일으키고 있으며 세포는 살아있다. 이때 드물지만 자연적인 외부작용을 받으면 심장은 또다시 고동이 살아나며 인위적으로는 전기박동기로 살리는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식수술이 가능한 것이다.
멎었던 호흡은 인공소생기로써 되살릴 수 있다. 차가와진 근육은 전기를 가하면 움직인다. 죽었던 뇌세포는 약4분이 지나면 호흡과 고동으로써 되살아날 수가 있다. 모든 장기의 기능은 멎어도 그 세포는 얼마간은 살아있다.
그런데 뇌의 죽음은 빨라서 회복이 안 된다. 뇌의 죽음은 곧 죽음을 말하게 된다. 그러면 뇌는 죽고 장기는 살아있다면 아직까지도 산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인간이라 할 수 있다면 세포만 살아남았을 때도 산 인간인가.
그래서 인간의 죽음의 시기는 의사가 소생을 위해 최선을 다한 뒤에도 도저히 살려낼 길이 없다고 판단하여 『당신은 이제 죽었읍니다』라고 선언했을 때라고 말하는 사람조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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