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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피고 최후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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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 나라 학생운동의 한계를 규정할 바로미터가 될 것』(검사 논고문에서)이라는 서울대문리대의 학생서클 민족주의 비교연구회 사건이 많은 관심속에 14일 결심되었다.
국가보안법 위반·반공법 위반·간첩죄 등으로 기소된 7명의 피고인들은 이날 무기징역을 비롯 징역7년에 상의 중형이 구형되자 한결같이 어이없다는 표정―.
입을 모아 무죄를 주장할 뿐 다른 사건의 피고인들처럼 재판부의 관용을 바라지는 않았다. 검사의 논고, 변호인단의 변론,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요지는 다음과 같다.

<진술내용>
▲황성모=현재의 심경은 가정에서 조용히 지내고만 싶다. 법의 공정성을 믿고있으나 하도 터무니없는 사건이므로 더욱 공정한 판결을 바란다. 우리들이 기소된 것이 민족주의 비교연구를 한 결과 그 이론이 반국가적이라고 하다면 기쁘게 재판을 받겠으나 데모한 것이 원인이 되어 사회참여로 기소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민비」가 반국가단체라면 우리 나라에 우수한 수사관이 많은데 왜 2년 전에 수사를 하지 않았는가?
독일의 국회방화사건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재판이 많은데 이러한 재판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아왔다. 우리가 재판을 받고있으나 이 재판자체가 언제 또 역사의 재판을 받을지 모른다. 이 사건은 근본적으로 국가기관의 윤리성을 탓할 수밖에 없다.
▲이종률=법에 따라 흑백이 가려질 것이다. 「민비」의 구성 후 단 2번의 세미나를 연 것 이외에는 활동한 것이 없다. 세미나에는 「민비」회원뿐 아니라 다른 학생도 참가했다. 회원들이 사화각분야에서 건전한 성장을 하고있는데 이래도 「민비」가 불법단체인가? 문리대학생회장이 데모에 참가하면 학생회도 불법단체로 되어야 할 것 아닌가? 법의 권위와 공정성을 믿고 민주사회의 역군이 될 수 있도록 결백을 증명해주길 바란다.
▲김중태=이 사건으로 4번째 교도소생활을 하게되어 중형이나 무죄에 관심을 갖지 않으나 한·일 회담을 반대했다고 국가변란을 꾀한 역적으로 인정한 것은 한심한 일이다.
▲현승일=국가권력이 개인을 괴롭히려든다면 피할 도리가 없다.
조금이라도 과실이 있다고 가정해도 학생 때의 일인데 지금 와서 문제삼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김도현= 나는 「민비」회원이 아니다.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 검사가 묻지도 않고 수사기관의 기록만을 믿고 조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했었다.
▲박지동=강의만 듣지 않고 폭넓은 공부를 하기 위해 민비에 들어간 것이 이 자리에 서게됐다.
▲박범진=국가기관의 정책적인 기소이다.

<논고요지>피고들의 사상·성분, 공산노선에 동조적
이번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것은 민족주의 비교연구회라는 단체가 국가보안법(제1조)에 규정된 반국가단체, 반공법(4조1항 후단)이 규정한 불법단체(예비적 공소사실)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주요논거로는 ①피고인들의 사상 및 성분이 공산계열 및 사회주의노선에 부합 또는 동조적이었다(국대안 반대·공산서적 탐독 등) ②3·24, 5·20,6·3 데모를 주도, 마침내 계엄령을 선포해야 할만큼 사회를 혼란시켜 북괴를 이롭게 했다 ③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들의 증언과 북괴의 방송 ④피고인들의 자백 등이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민비의 조직목적이 국가변란 또는 북괴의 활동을 찬양고무 동조하거나 북괴를 이롭게 하는데 있었다. 피고인들은 북괴노선에 부합하는 사회주의 정권수립을 목적으로 민비련이란 위장학술단체를 조직, 6·3난동을 주도했으니 지성인으로서 행한 순수한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특히 황성모 피고인은 자신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제자학생들과 제휴, 본건 범행을 했고 서독유학시 단독으로 간첩행위를 했으므로 그 범정에 추호도 동정할 여지없다.
특히 김중태 피고인은 다른 피고인들에 비해 범죄의 질과 양이 상대적으로 중한데도 추호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

<변론요지>증거 없인 유죄 안 내려야 북괴 이기는 길
▲권순영·김홍한·정희택·문인구·박주운·박한상·박승서 변호인=사상범은 일반범죄보다 조심스럽게 다루어야한다. 증거없이 유죄판결을 내리지 않는 것이 북괴에 이기는 길이다.
이 사건은 정황증거만 있을 뿐 직접증거는 하나도 없다. 오판의 가장 큰 원인은 ①형식적으로만 증거능력이 있는 상황증거와 ②임의성 없는 자백을 증거로 채택할 경우다.
민비연이 반국가단체라면 조직의 비밀성, 회장과 회원간의 명령계통, 회원간의 공동의식이 있어야하지 않는가. 또 민비연이 반국가단체로 규정해놓고도 조직행위만을 기소하고 가입·활동부문에 대해 기소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만 보더라도 검찰의 기소가 공소유지에 자신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시한 것이다.
반공법 4조1항을 적용, 예비적 청구를 했는데 이 조항은 헌법위반이다. 이 조항의 범죄구성요건이 확정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목적없이 행동을 한 것이 결과적으로 적을 이롭게했다고 처벌한다면 안 걸릴 사람이 없다.
황성모 피고인의 경우 의용군에 끌려가고 자본론·공산당선언 등의 서적을 샀다는 것만으로 간첩으로 단정할 수 있는가?
공산당의 이론을 모르고 어떻게 학생들에게 공산주의가 나쁘다는 것을 가르칠 수 있는가?
검찰측 증인 임석진과 조영수의 증언내용은 신빙성이 없다. 민비가 한·일 회담을 반대하는 데모를 해서 북괴에 이롭게 했다고 하지만 적을 이롭게 한 것이 아니라 해롭게 한 것이다. 한·일 회담반대데모를 하지 않았다면 회담결과가 암담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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