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선거관리|〃공명선거 이룩 못해 유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공명선거―。
그것은 「선거의 해」를 맞은 온 국민의 한결같은 염원이었다.
『국민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공명선거를 이룩하지 못한 것이 유감이야―。』―5·3대통령, 6·8국회의원 선거를 주관한 사광욱 중앙선거 관리위원장은 양차 선거를 관리한 소감을 「유감」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3월24일 정부가 5·3대통령 선거일을 공고하면서부터 사 위원장은 선거관리의 최고 책임자로서 지휘봉을 휘 들렀다.
『4백명의 우리(선관위) 직원들에게 불편불당의 정신무장을 지시한 것이 내가 맨 먼저 한 일이었다. 그 다음에 국민에 대한 공명선거를 계몽하고 정부·정당·후보자들에 대해 협력을 요청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해서 올바른 선거를 시도했었다는 사위원장은『혼자 힘으로 안되것을 느꼈다』고 고군 격투 분통을 털어놓았다.
『모든「아이디어」를 혼자 생각해 내고 합의체인 위원회에서 뜻이 다른 위원들과도 혼자 싸우다시피 하고…。』3개월에 걸친 양차 선거기간 중 국민으로부터 편지 한 장, 전화 한 통 없었던 것이 서운한 일이라 했다.
중앙선관위는 9명 위원의 합의체. 이 선관위가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을 제외한 공무원은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다』고 한 5월13일자 해석을 8일 후인 21일에『정당 대표자인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번복한데 대해 사위원 자신은 아직도 반대지만, 합의체의 의결이니 별 수 없었다고 그 때를 회상했다.
연 이틀동안 온갖 법률 이론을 총동원한 「마라톤」회의 끝에 일요일인 이 날밤 선관위로선 전례 드문 표결에 붙여 5대4, 한 표차로 사위원장의 중장이 꺾이고 만 것이다. 그는 이 순간이 『일생을 통해 가장 외롭고 외로운 때였다』고 실토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5월9일의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선거법 시행령」및「국회의원 선거법 시행령」을 전 개정, 국무위원 등 별정직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가능케 하는 길을 터 놓았다.
『운동경기 중에 그 규칙을 고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선거기간 중에는 여하한 선거 개계법도 고칠 수가 없지. 실은 정부가 선거법 시행령을 개정한 때 이미 공명선거는 위협을 받았던 거야.』
25년간을 법관생활로 일관해온 사위원장은 정부의 선거법 시행령 개정과 선관위의 해??번복이 지난 선거 때의 2대 오류라고 단정했다. 지난 63년 2월에 헌법기관으로 발족한 중앙선거 관리위원회를 이끌고 63년의 5대 대통령 및 6대 국회의원 선거와 올해의 양대 선거 등 도합 네 번의 선거를 치러낸 사위원장은『지식과 경제 수준이 향상될수록 선거부정도 교묘하게 발전한다』고 지적, 앞으로의 선거를 우려했다. 올해의 선거보다는 63년의 선거가, 그보다는 5·10제헌의원 선거가 더 공정했었다고 평하면서 그는 차차 법의 미불점과 선거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기술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우리의 실정으로 보아 공명선거는 사람의 마음, 특히 집권자의 결심여하에 달렸다는 것이다. 제도가 원천적 부정을 막을 수는 없지만, 우리의 선거제도상 ①선관위에로의 선거인명부 작성권 이관 ②대통령과 국회의원의 동시 선거 ③공무원(대통령 포함)의 선거운동 금지 등은 꼭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사위원장의 남은 임기는 불과 1개월 반. 내년 1월20일 5년 간의 그의 임기가 끝나면 지난 61년부터 맡아 온(64년에 재임명됐음) 대통령 판사의 본직에 충실해서 법이 지향하는「사회정의의 구현」에서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그가 「온 정성을 쏟았어도 못다 이룬 공명선거」를 기다리면서.<조남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