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면수 100여 대 턱 없이 모자라 ··· 주변 골목길 불법 주차 성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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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온천랜드 인근 주민들이 무분별하게 세워진 차량들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1일(평일) 낮 시간대 온양온천랜드 일대 모습.

# 온양온천랜드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복만(56·가명)씨는 매일 가게 앞에 무분별하게 세워진 차량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특히 음식점 오픈 시간인 오후 5시부터 인근에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이 많아 혼잡을 겪고 있는 것. 주말에는 상황이 더 악화된다.

타지 방문객들까지 증가하면서 가게 앞에 자신의 차량 조차도 세우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온양온천랜드가 개장한 이후 입 소문을 타고 방문객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골목길 아무 곳에나 차량을 세워 영업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 온양온천랜드 바로 앞 빌라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박종경(36·여·가명)씨. 박씨는 온양온천랜드가 들어서면서부터 자신의 차를 집 앞에 세워두기만 한다. 자신의 주차 구역에 차가 없으면 방문객들이 앞다퉈 차를 세워 정작 자신은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

박씨는 “다른 차가 세워져 있어서 차주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거나 아예 안 받기 일쑤다”라며 “주차 면수를 확대하던지 단속을 강화하던지 해야 하는데 어떤 조치도 없어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100억여 원 투입한 찜질방 주민들은 피해 막심

아산 모종동 583-7번지에 들어선 온양온천랜드 때문에 이 일대에 거주하는 애꿎은 주민들과 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더욱이 이를 단속해야 하는 관할 기관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

 온양온천랜드는 지난해 1300여 평 대지에 100억여 원을 투입해 들어선 시설이다. 온양온천랜드가 들어선 이 일대는 원래부터 온천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2009년 여러 업체들이 사업 부지 선정 입찰에 뛰어들었다가 온양온천랜드가 최종 선정됐다.

아산에는 50여 곳의 온천 공을 활용해 100여 곳의 온천 업소가 들어서 있지만 24시간을 운영하는 헬스장·찜질방 형태로 영업을 벌이는 업소는 이곳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방문객들이 시간에 상관없이 드나들고 있어 이 일대는 항상 혼잡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주말에는 타지에서 오는 방문객들까지 몰려들어 차량 접촉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1일 오후 5시 온양온천랜드 주차장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차량들이 거의 가득 차 있었다.

일부 차량은 인근의 골목길 양쪽을 점령하고 있어 이곳을 지나는 운전자들은 물론 보행자들까지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온양온천랜드 주차장 입구에는 얼마 전 사고가 났음을 표시하는 하얀색 페인트가 선명하게 칠해져 있었고 타이어 자국도 남아있어 이 일대가 주차로 인해 얼마나 혼잡한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또 지난달 27일 오후 6시 주말에 이 일대를 관찰한 결과 인근에 위치한 아산 터미널까지 100여 대가 넘는 차량들이 불법으로 주차돼 있었다.

  주민 김모(40)씨는 “주말에는 심각할 정도로 차량들이 무분별하게 불법 주차가 돼 있다”며 “방문객들이 늘어 마을 이미지가 높아지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차량들 때문에 자칫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여지가 있는데도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생각해봐야 될 문제”라고 꼬집었다.

아산시 “사유지라 단속할 수 없어”

이처럼 주민들이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산시청의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온양온천랜드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관여할 수 없으며 주변 골목길은 단속 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견인이나 벌금을 함부로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백천 아산시 교통지도 담당은 “온양온천랜드가 들어서면서부터 그 일대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단속 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을 우리가 나서서 임의로 단속을 벌일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에 이 일대 지역을 주정차금지구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 확실한 답이 없어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여 해명했다.

 온양온천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 측에서도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 마련된 주차장은 고작 100여 대의 차량만을 세울 수 있어 평일에도 거의 포화상태이지만 업체 측은 “올해 안으로 주차타워를 건설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며 “주차 타워가 건립되면 지금보다 2배 이상 주차장이 여유가 생겨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 방문객이 일 평균 1000여 명에 달하고 주말에는 1200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업체 측에서 계획하고 있는 주차 타워도 확실한 해결 방안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이곳에서 찜질방과 함께 운영하는 헬스장은 그 회원만 400명이 훌쩍 넘어서고 있다. 주차 면수를 100여 대 확대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이유다.

 온양온천랜드가 들어서면서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주민들은 다름아닌 바로 앞에 있는 빌라 거주자들이다.

그들은 수 차례에 걸쳐 아산시와 업체 측에 “빌라주차장에 차를 세워놔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라는 민원을 제기 했지만 그때마다 “죄송하다”는 형식적인 대답만 들어야 했다.

업체 측에서 조치를 해 준 것이라고는 고작 빌라 주차장 벽에 ‘이곳은 온양온천랜드 주차장이 아니니 다른 곳에 세우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쓴 종이를 몇 장 붙여 준 것뿐이다.

더욱이 인력 부족을 핑계 삼아 주차를 단속해야 할 직원조차 내보내지 않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10여 년간 이곳 빌라에서 거주했다는 최모(68·여)씨는 “찜질방이 들어서기 전에는 주차가 문제가 된 적이 전혀 없었다”며 “온양온천랜드 측에서 다른 곳에 부지를 사서 방문객들의 차량을 그쪽으로 인도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주민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글. 조영민 기자
사진. 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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