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선 못지않은 해양설비 'FPS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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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삼성중공업이 2008년 당시로는 사상 최고가인 9억 4200만 달러(1조원)에 수주해 지난해 인도한 북극해 작업용 드릴십. 선체 두께가 4㎝에 달하고 영하 40도의 혹한에서도 견딜 수 있다. [사진 삼성중공업]

전통적으로 조선 업계에서 가장 비싼 배는 대당 조 단위를 쉽게 넘어가는 크루즈선이다. 실제 건조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2009년 삼성중공업이 미국 업체와 크루즈선 건조의향서를 주고받았을 때 수주 가격도 11억 달러(1조2000억원)였다. 최근에는 크루즈선 못지않은 고가 선박과 해양설비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유가가 폭등하면서 등장한 해상 원유 채굴용 설비들이 대표적이다.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는 물 위에 떠 있으면서 심해 유전에서 원유를 뽑아내 저장할 수 있는 설비다. 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LNG-FPSO)는 원유 대신 뽑아낸 천연가스를 액화해 저장한다.

 드릴십은 파도가 심한 해상에서 이동하면서 원유를 끌어올릴 수 있는 심해저 원유시추선이다. 자체 동력이 없어 이동 시 바지선의 힘을 빌려야 하는 FPSO 등과 달리 엔진이 장착돼 있어 이동이 자유롭다. 최근 드릴십 개발을 둘러싼 암투를 주제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해졌다. LNG선은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배다. 영하 163도로 액화시킨 천연가스를 저장하고 수송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력 없이는 건조하기 어렵다.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는 부유식 LNG저장·재기화설비(LNG-FRSU)는 액화 천연가스를 바다 위에서 직접 기화시킨 뒤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으로 공급하는 설비다.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의 경우 최근 들어 신종 고부가가치 선박들에 밀려나는 추세지만 크기를 키운 선박들은 얘기가 다르다. 30만t을 넘어서는 ULCC·VLCC 등 초대형 유조선이나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중소형급에 비해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건조비용도 척당 수천억원의 고가다. 얼음을 깨면서 극지방을 운항하는 쇄빙유조선은 동급 유조선보다 배값이 3배 이상 비싸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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