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대한변협의 제 식구 감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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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금고 이상의 형(刑)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변호사 등록이 불가능하다.’(변호사법 5조)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법 5조에 따른 결격에 해당하는 자의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변호사법 8조)

 ‘등록이 불가능하다’와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사이에서 대한변협은 이번에도 후자를 택했다. 배임수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지난 1·29 특사 때 복권된 김종률(51) 전 민주당 의원 얘기다. 변협은 복권 두 달여 만인 지난 4월 10일 김 전 의원의 변호사 등록을 허가했다. 김 전 의원은 단국대 법무실장으로 일하던 2003년 단국대 부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시행사 2곳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돼 2009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이듬해 8월 15일 사면을 받고 풀려났다. 그러고 복권된 지 일주일 만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서울변호사회는 변협에 ‘부적절하므로 자숙 기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변협은 김 전 의원에 대한 변호사 등록을 허가했다. 변협은 “사면받았기 때문에 등록에 문제가 없다. 최근 사면 복권된 변호사에 대해 등록을 거부한 사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이 복권됐다 하더라도 자숙 기간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변호사 개업을 한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하다. ‘돈봉투 사건’으로 서울고법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박희태(75) 전 국회의장도 1·29 특사 때 복권된 뒤 한 달 만에 변호사로 등록해 논란이 됐다. 서울변호사회가 2010년 이후 자숙을 권고한 4명의 비리 법조인들은 대부분 6개월 이상 자숙 기간을 가졌다. 서울변호사회 관계자는 “법조인이라면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변협의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변협이 최근 10여 년간 등록을 신청한 변호사 1만여 명 중 신청을 거부한 것은 한 건에 불과하다. 2011년 형사처벌된 변호사 81명 중 변협 징계를 받은 변호사는 30명이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변협이 등록을 거부하더라도 행정소송을 통해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어 승인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18대 국회에선 변호사법 8조의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을 ‘등록을 거부한다’는 강제규정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냈다. 하지만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결국 이 문제는 새로 출범한 변협 집행부가 얼마나 개혁 의지를 갖고 실행하느냐 여부에 달렸다.

김 기 환 사회부문 기자

[알려왔습니다] 중앙일보는 5월 7일자 33면 ‘대한변협의 제 식구 감싸기’ 제하 취재일기에서 대한변협이 변호사법 제5조의 결격사유(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한 변호사 등록 불가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등록을 허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은 “해당자는 사면 복권된 자로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한변협에는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