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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당등원과 의회정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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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선 신민당의 등원으로 일당국회의 폐단을 제거한 점에서 헌정의 대도에 접근한 듯한 인상을 갖게된다. 그러나 외관상의 양당국회의 실현이 곧 의회정치의 실질적인 정상화에 직결된다고 낙관하기에는 허다한 난제들이 가로놓여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첫째 여, 야를 막론하고 국가정책을 결정하거나 그 결정에 실효 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당본래의 기능이 발휘될 수 있어야 된다.
이점에 관한 정당의 역기능이 정당 없이도 정치할 수 있다느니 정당부재가 오히려 정국의 안정을 기할 수 있다는 기형적인 통념을 낳게 하고, 모든 주요한 정치적 결정을 소수의 관료적, 군사적「엘리트」에 의존케 하는「근대적 과두제」의 등장소지를 마련하게 된다.
둘째로 여당은 원내안정세력의 구축을 이유로 지나친 비대화를 노리는 야망을 버려야 된다. 그 야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선거에서의 관권과 금력개입의 정도가 높아져 종국엔 선거결과 자체가 의문시되는 불행을 자초하였음을 명심하여야 된다. 뿐만 아니라 여당은 허약한 정당정치의 풍토에선 야당에 대해 관용해야 된다는 차원을 넘어 야당을 건전하게 육성해야될 책무를 지고있다.
셋째로 야당은 여당과 동일한 체제정당의 본질을 가지면서 외면적인 행동에선 반체제정당을 표방하는 자가당착을 시정하여야만 되겠다. 국민여론 속에 내재한 사회정의에 입각하지 않은 무모한 극한 투쟁의 연속은 끈덕진 감정적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공감을 사기는커녕 오히려 냉소의 대상이 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모든 병폐가 근원적으로 시정되지 않는 한 이번의 야당등원만으로 의회정치의 밝은 전망이 기약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번의 정치협상이 여·야간의 방편적인 이해의 조절이란 차원을 넘어 의의정치 정상화의 계기를 제공하려면 무엇보다 정치인들 각자의 대오각성, 정당기능의 정상화 및 신사적 경쟁의 정치풍토조성 등이 선행되어야한다고 생각된다. 구범모<서울대문리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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