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여자도 아닌 또 다른 성 뜻하는 제5의 호칭 Mx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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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영어 문서에서 ‘Mx’라는 호칭을 보게 될지 모른다. Mr·Mrs·Miss·Ms 중의 하나가 아닌 낯선 약자에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그럴 경우 Mx 뒤에 붙어 있는 이름의 당사자가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性)으로 구분되길 원해서 그 호칭을 스스로 선택했다고 이해하면 된다. 영국 남부 의 브라이튼-호브시(두 도시가 1997년 하나로 통합) 시의회의 정책·예산 위원회는 지난 2일 시의 공식 문서에 쓰는 호칭에 Mx를 추가키로 의결했다. ‘성평등 검증 자문단’의 제안에 따른 일이다. 민원 서류에 신청자의 호칭을 표시하는 부분에도 Mr 등 기존의 4개에 Mx가 더해진다. Mx는 ‘Mixter(믹스터)’의 약자다. ‘섞다’라는 뜻의 ‘mix’와 일반적 남성 존칭 ‘Mister’를 혼합해 자문단이 만든 신조어다.

 자문단은 인구 약 25만 명의 이 도시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남성도 여성도 아닌 것으로 여기는 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트랜스젠더) 등이 4만 명에 이른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성전환 과정에 있거나 신체적 특이성 때문에 의학적으로도 남녀로 구별하기 어려운 시민은 150명가량이라고 주장했다. 자문단은 이들은 특히 병원에서 환자를 남녀로만 구분하기 때문에 난처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 도시는 공공 시설에 ‘성 중립’ 화장실과 탈의실을 마련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신체적 성이 다른 시민들을 위한 조치다. 이 시의 시의회는 2011년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이 다수당이 된 뒤 성평등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미혼·기혼을 구분하지 않는 여성 호칭인 ‘Ms(미즈)’가 일반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40여 년 전이다. 1901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신문 ‘더 리퍼블리칸(공화주의자)’은 여성에게만 결혼 여부를 드러내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Ms’를 사용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큰 반향은 없었다. 그러다 1960년대에 들어서서 미국의 여권 신장 운동가들이 이를 쓰기 시작했고 71년에는 『Ms.』라는 제호의 잡지도 창간됐다. 이듬해에 미국 정부가 Ms를 공식 용어로 인정하면서 전 세계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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