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가 본 성공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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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방배동 해남원조김밥의 가장 큰 성공 DNA는 ‘오직 하나(Only one)’다. 김밥 속에 유부와 우엉이라는, 남들이 생각하기 쉽지 않은 재료를 활용해 자신만의 맛을 창출해 냈다. 이는 탁월한 ‘제품 혁신’ 사례에 해당된다. 특별한 재료로 맛을 내는 것은 물론, 김밥 맛의 핵심인 쌀을 국산만 사용한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소비자들은 안다. 좋은 맛에는 ‘정성’과 ‘좋은 재료’가 뒷받침돼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런 점포는 일부러 홍보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구전(word of mouth)’과 ‘충성심 높은 고객’들에 의해 매출의 선순환 고리가 자연스레 형성되기 때문이다. 김밥을 집어먹는 도구인 나무젓가락을 싸구려가 아닌 고급 제품으로 제공한다는 것에서 고객을 생각하는 세심한 마음가짐을 읽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비슷한 역량을 갖고 있는 동료 점포 간의 개방된 협업 네트워크가 가동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의 주문이 밀려드는 상황하에서 이런 사업 기회를 다른 점포와 나눠서 대응한다는 건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해남원조김밥은 맛이 검증된 몇 개의 점포와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윈-윈’의 모범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철저히 내실을 기하고자 노력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7년 동안 김밥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는 해남원조김밥의 안주인인 문금석씨가 “꼬박 1년은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밥 기술을 익히는 데 1년씩이나 필요한가 하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밥 프랜차이즈와 대등하게, 혹은 이들보다 탁월한 뭔가를 갖추고 있지 않으면 자그마한 김밥집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갑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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