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의 악수에 여, 야 잊고…신민당 첫 등원 날 의사당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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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소속 의원들이 반년만에 첫 등원한 29일의 국회의사당 주변은 마치 잔칫집같이 들뜬 분위기. 이날 상오10시 유진오 당수가 서울자9175「크라운」차로 의사당 정문에 도착, 서범석 정해영 차용문 의원 등의 안내를 받아「카메라맨」들의「플래쉬」세례를 받으며 의사당으로 들어섰다. 의사당 앞은 20여 경찰관들이 특별경비를 하는 가운데 군소 정당들의 「데모」설도 한때 나돌아 긴장된 분위기였었다.
○…이날 아침 당사에서 열린 신민당의 첫 의원총회는 유 당수의 제의로 유회, 예정되었던 등원성명도 생략하고 9시55분 당사를 출발- 10시 정각 유 당수에 이어 정일형·송원영·김진만·김영삼·김대중 의원 등이 차례로 의사당으로 들어왔는데 의사당 안 오른쪽 맨 앞줄에 유 당수가 자리잡고 앉자 김성곤·김용태씨 등 공화당의원들이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야당의 당수지만 국회의원이란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의사당에 들어온 유 당수는 시종 미소를 머금고 여당의원들의 인사 받기에 바빴는데 그가 의사당에 들어선 후 5분만에 김종필 공화당의장도 나타나 무언가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10시15분 신민당의원들은 일제히 기립, 유 당수의 선창으로『국회의원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서-.
○…6개월의 거부 끝에 국회에 등원한 신민당의원들은 저마다 한마디씩의 소감을 잊지 않았는데 줄곧 은거해온 박순천 할머니는 기자들에게『그 동안 당신들을 안 만났더니 살이 쪘다』고 한마디.
신민당의원들의 등원을 맞는 공화당의원들의 표정은『노총각이 신부를 맞는 느낌』(김재순 대변인의 말)과 같이 한결 밝았다. 김종필 당의장을 비롯해 길재호 사무총장 등 10여명의 의원들은 이날 상오9시 반쯤 공화당원내총무 실에서 야당등원을 맞는 얘기를 나누었다.
김 당의장은『환영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싶을 뿐이다. 모든 원내대책은 여·야가 서로 협의해서하겠다』고 흐뭇한 표정이었으며 옆에 있던 김동환 의원의『노처녀 노총각이 이제 겨우 손을 잡게 되었으니 흥분할 수밖에…』라고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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