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주의의 대학정원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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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교부는 24일 새로 6개 단과대학을 신설하고 2개 초대의 폐지, 그리고 자연계 학과 위주의 학생정원 증가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 대학정원령을 공포 시행케 하였다. 이로써 우리 나라 대학정원은 종래의 12만3천3백30명보다 1만2천2백60명이 는 12만5천5백90명이 되고, 이에 따른 68학년도 모집정원도 비 전년도 4천65명 증인 3만6천8백50명이 되었다.
문교부가 제시한 이번 정원조정의 원칙은 다음 네 가지였다고 알려지고 있다. 즉 첫째로 국립대학위주의 확충, 둘째 기존시설이 우수한 사립대학에 대한 우선적 증원허가, 셋째 학과 당 정원을 과 경영상 최저경제단위인 20명으로 재조정한다. 그리고 넷째 인문·사회계 대학 자연계학생 정원비율을 최종목표인 40대60에 한층 가깝도록 47대53으로 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발표된 새 정원법에 의하면 이와 같은 원칙은 개별적 심의과정에서 무색할 만큼의 변질을 겪은 듯, 결과적으로는 오랫동안 묶어뒀던 대학인구를 별다른 뚜렷한 명분 없이 툭 터놓았음에 불과하다는 인상은 씻을 길이 없는 듯하다.
국립대학위주의 확충이라면서 사대의 정부증가폭이 훨씬 앞지르고 있는가 하면, 기존시설위주의 평가원칙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수의 시설과 교수진을 가진 몇몇 대학의 종합대학승격 또는 학과증설신청이 기각되고 도리어 터무니없는 정원 외 학생초과모집 등으로 해마마 말썽을 피워온 모모 대학 등이 각양각색의 특혜적 증원을 인정받은 것 등은 그 단적인 증거라 하겠다.
원래 대학정원의 다과는 그 자체만을 가지고서는 시빗거리가 못된다는 것이 누차 본 난의 주장이었다. 따라서 문교당국의 이번 조치로써 우리 나라 대학정원이 총체적으로 1만2천여 명쯤 늘어났다 해서 그 자체를 탓할 생각은 없다. 최근 수년이래 일부 산업직종분야에서는 이미 뚜렷한 구인난현상이 누적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가속될 것이므로, 단순히 산업인구의 수급대책 면에서는 오히려 어느 정도의 대학인구증가가 더 필요할 것이라는 입론도 있을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생정원문제는 결코 단순한 경제적 수요나 주먹구구식 자연과학 편중이론 만으로써 결정될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외 견해이다.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한나라의 온갖 창조적 능력의 원천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학사회가 어떻게 하면 항상 왕성한 지도정신에 충만한 지성의 안식처가 될 수 있겠는가를 고려하여 교수진과 시설문제 전반에 걸친 넓은 영역에 모든 학문분야의 균형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할 것으로 안다.
전공과목에 대한 교육이 학과설치 후 수년후의 일이라 하여 해당학과 교수진이나 시설확보문제를 전혀 미해결로 둔 채 무조건 신설학과를 인가해주는 타성이라든지 또 국책 상 필요하다는 아리송한 명목아래 도대체 이틈조차 생소한 많은 신설학과들을 여기저기에 개설케 한 것 등은 따라서 문교당국이 오직 자기확장에의 본능적 성향에만 사로잡힌 일부 사대경영자들의「페이스」에 말려들어, 과거 수십 년이래 고질화하다시피 한 맹목적이고 편의주의 적인 대학정원정책을 일보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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