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세청의 부패 카르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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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호 02면

개인 비리도 그럴진대 말단 직원부터 시작해 팀장·과장·국장이 한통속이 돼 조직적인 비리를 저지르는 행위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근절해야 한다. 국세청은 사실 정권 차원에서도 손대기 어려운 ‘힘센 기관’이다. 후진국형 비리가 아직도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기관이란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더구나 박근혜정부는 복지재정을 늘리기 위해 국세청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복지재정을 목적으로 세수 확대를 위한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국세청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검은 커넥션’이 상존하고 있는 한 이런 정책이 국민적 지지와 명분을 얻기는 요원하다. 3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세무조사를 하며 사교육업체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아 조직적으로 나눠 가진 서울국세청 조사국 직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국세청 조사국의 말단 팀원이 1억8000만원을 받아 9000만원은 동료 직원들에게 나눠 주고 팀장(과장)에게는 3000만원, 담당 국장에게는 2000만원을 각각 상납했다고 한다. 물론 본인도 4000만원을 챙겼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조사국의 전·현직 직원 9명이 1년간 7개 기업으로부터 3억원대의 뇌물을 받아 팀원들에게 균등 분배한 것으로 드러났다. 뇌물을 받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특정 직원이 대표로 수령해 나눠 갖는 방식에다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가 기업에서 고문료 혹은 선임료를 받아 이 중 일부를 국세청 직원에게 넘기는 방식 등이 동원된 것이다. 현직끼리도 모자라 전·현직이 뭉쳐 조직적 비리를 자행하고 있는 셈이다.

국세청의 이런 ‘뇌물 관행’은 뿌리가 깊다. 옛날엔 월급을 교통비나 부서 운영비쯤으로 알고 살았다는 믿기 힘든 전설(?)이 전해 온다. 세상이 상전벽해처럼 바뀌었지만 세무 비리는 덩치만 커져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하면 너무 가혹한 비난일까.

국민은 대다수 국세청 직원이 월급만 받고 묵묵히 일을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 옆집에 사는 말단 세무공무원은 벤츠를 타고 7층 빌딩을 갖고 있다’는 식의 얘기가 술자리 안줏거리로 여전히 오가는 것도 사실이다. 국세청이 부패 오명을 씻어 내려면 스스로 환골탈태하는 길밖에 없다. 전 직원 2만여 명을 한꺼번에 다 교체하지 않는 한 비리 척결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아냥까지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김덕중 국세청장도 취임하자마자 30명으로 구성된 ‘세무조사 감찰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비리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잇따른 비리에 대해 일벌백계의 조치를 취하는 게 마땅하다. 구호만 외친들 누가 믿어 주겠나. 정권 차원에서 국세청의 조직문화를 확 바꿀 특단의 조치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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