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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의 전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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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그리스」의 고대 시인「호메로스」는 지중해의 빛깔을 「포도주색」으로 노래하고 있다. 바다의 물결이 얼마나 아름다우면 포도주로 묘사되었을까. 「포도주의 바다」는 그 표현만으로도 취하고, 향기에 젖는다. 그처럼 환상적인 바다 위에「키프로스」섬은 떠있다. 연중 최저 기온이 11·7도(C)에 불과한 상춘의 섬.「호메로스」의 시가 아니라도, 이 섬은「오린지」향기에 묻혀 있다. 요즘의 기온은 17도를 오르내리는 초가을 날씨이다.
이 「키프로스」섬엔 기온의 강하와 함께 침울한 전운이 덮이고있다. 외신은 「브링크맨쉽」(전쟁 일보전) 을 예고한다. 「터키」는 협상을 하자는 「그리스」의 제의를 걷어차고, 『「터키」계의「키프로스」주민을 보호할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터키」군은 「그리스」국경 일대에 배치되었으며, 「터키」의 해군은 「키프로스」로 선수를 돌리고 있다.「키프로스」는 정치적으로는 「한국의 독도」와 같은 섬이다. 총인구의 80%가 「그리스」계, 약 18%가 「터키」계, 그밖에 「아르미니아」인 등으로 되어 있다. 종교도 역시 「그리스」정교와 「이슬람」교로 갈라져 있다. 두 나라는 언제라도 마찰할 수 있게끔 3백97년 동안이나 피부적인 갈등 속에 있었다.
지난 63년 「마카리오스」대통령이 독립 협정과 헌법의 개정을 시사하자, 양계 주민의 무력 충돌로 발전했다. 헌법은 「그리스」계 대통령에 대해 「터키」계 부통령은 국방·외교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내각·국회·행정 기관의 구성 비율은 「그리스」계 7, 「터키」계 3으로 분배되었다. 「마카라오스」대통령은 「그리스」계에 보다 많은 우선권을주자는 「민족자결」파이다.
영토의 넓이가 사실상 무의미해진 핵시대에, 인류 문명의 여명지인 지중해의 일각에서 고전적인 전운이 감도는 것은 어쩐지 고소를 자아낸다. 과거의 이런 분쟁 틈바귀에서 중근동의 군정 기지로 「키프로스」를 확보해온 영국이「파운드」평가절하 이후 낙조 「무드」속에 잠겨있는 이때, 「키프르스」의 전운은 더 한층 영국을 착잡하게 만든다. 지금 인류는 월남 전쟁의 피투성이 속에서 평화의 빛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키프로스」마저 전쟁에 휘말려 들어가면, 세계의 하늘은 더 한층 침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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