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트렌드] 사랑에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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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일 소장은 미국 미네소타 임상심리대학원에서 결혼과 가족치료를 전공하고 한국가족상담센터 상담팀장을 역임한 전문 카운슬러. 현재 결혼과 가족관계 연구소에서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송창민씨는 400여 명과 데이트 한 경험을 바탕으로 회원 11만 명의 연애 컨설팅 카페(cafe.daum.net/s3699)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연애 교과서’등의 책을 펴냈으며,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연애 기법강의를 맡고 있다.

사랑만큼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또 있을까. 애틋한 감정이 가슴에 꽃을 피우더라도 제대로 보살피고 키워나가지 못하면, 꽃잎은 날카로운 가시로 변해버린다.

최근 개봉한 영화 'Mr. 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에서는 애정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는 '데이트 코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나에게도 애정생활을 책임 지도해줄 전문가가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면 아래 두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국내 1호 연애 컨설턴트'로 불리는 송창민씨와 '결혼과 가족관계 연구소' 김덕일 소장. 각각 미혼과 기혼 남녀 관계에서 '한국판 Mr. 히치'를 자처하는 그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사랑에도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글=신은진 기자<nadie@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결혼은 또 다른 연애의 시작

다음 중 우리 부부에게 해당되는 보기를 고르세요.

① 최소한 한 달에 한번은 부부 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②데이트를 하다가도 자주 싸우게 돼서 기분이 나쁠 때가 있다. ③ 2~3개월에 한번 정도 데이트를 하긴 하지만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다. ④너무 바빠서 최근 3개월 이내에 데이트를 하지 않았다. ⑤데이트를 하는 것보다 혼자 있거나 자녀와 함께 있는 편이 낫다.

몇 번에 체크를 하셨습니까. ②번은 부부 갈등이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③이라면 진지한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야만 하고 ④와 ⑤는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으므로 상담 등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부부가 새삼스럽게 무슨 데이트를 하나'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에는 '부부문화'가 거의 없습니다. 평일에는 제대로 대화할 시간도 거의 없고 주말이 되면 남편은 골프나 등산을, 아내는 문화센터 등에서 따로 취미생활을 즐기지요. 다정하게 팔장을 끼고 걷는 중년 남녀를 보면 '불륜이 아니고서야'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의 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는 이미 정서적 이혼상태에 접어든 것이죠. 저를 찾아오는 상담자들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을 겪습니다. 휴일마다 "같이 시간 좀 보내자"며 불만스러워하던 아내가 어느 날부터 남편이 낚시대를 챙기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남편은 '이제 아내가 적응이 됐나보다'고 생각하고 "우리 부부는 문제가 없다"고 말하죠. 남편들이 흔히 하는 착각입니다. 이 때를 그냥 넘기면 정서적 단절이 실제 외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자동차를 사기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기름을 넣어주고 오일을 갈아주는 등 끊임없이 관리를 하고 있으시죠?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혼만 하면 끝이라고요. 아니, 결혼은 또 다른 연애의 시작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거닐어 본 기억이 언제입니까. 지금 바로 내 남편.아내에게 전화를 걸어보세요. "○○씨, 오늘 저녁 데이트 어때요"하고요.

▶김덕일 소장은=미국 미네소타 임상심리대학원에서 결혼과 가족치료를 전공하고 한국가족상담센터 상담팀장을 역임한 전문 카운슬러. 현재 결혼과 가족관계 연구소에서 '화성에서 온 남자,금성에서 온 여자 워크샵' 등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성공적인 연애의 공식,'L=H(M+C)+D'

영화 속 'Mr. 히치'처럼 의뢰인을 따라 다니며 코칭을 하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주로 메신저나 e-메일,전화통화로 상담을 합니다. 10대부터 30대 중후반까지

다양한 분들이 고민을 털어놓는데, 상황에 따라 데이트 복장부터 대화법.스킨쉽 매너까지 조목조목 함께 고민하죠.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 기술'만 배우려는 경우에는 상담을 거절하는 것도 영화에서와 같고요. 다행히도 지난 3년간 "당신이 시킨대로 했다가 실연했다"는 말은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답니다.

제가 제시하는 연애의 공식은 'L=H(M+C)+D'. L(Love)은 연애, H(Heart)는 진심, M(Method)은 방법, C (Courage)는 용기, D(Development)는 자아발전을 말해요. 성공적인 연애를 하려면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며 용기를 갖고 다가가되, 무엇보다 진심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여기에 상대를 위해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더해지면 금상첨화. 누구나 알고 있는 단순한 진리라고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나와요. '진심'이란 물은 가졌더라도 이것을 어떤 그릇에 담아줘야 상대가 시원하게 마실 수 있을 지는 모른다고 할까요.

연애남녀들이 저지르는 대표적인 실수를 들어 보죠. 한국남자들은 '나는 나' 성향이 너무 강해요. 자신을 바꾸는 데 적극적이지 못하죠. 여자친구가 옷을 이렇게 입어봐라, 그런 버릇은 고쳐라고 이야기를 꺼내면 '조언'이 아니라 '잔소리'로 생각해요. 그녀가 원하는 대로 변화하는 것도 애정 표현의 방법입니다. 여성들 중에는 짝사랑으로 시작했다가 상대 남성이 적극적으로 나오면 갑자기 애정이 식는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혼자서 연애를 상상하고 미화시키다가 막상 그 남성이 현실로 다가오면 환상이 깨지는걸 견디지 못하는 거죠. 인내심을 가지세요. 남녀의 감정선은 다르게 움직입니다. 남자의 감정이 직선을 그린다면 여자의 감정은 포물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여유를 가지면 감정선이 다시 올라갈 수 있으니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려 하지 마세요.

▶송창민씨는=400여명과 데이트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회원 11만명의 연애 컨설팅 카페(cafe.daum.net/s3699)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연애 교과서'와 '연애인' 등의 책을 펴냈으며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연애 기법 강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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