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의 진주 싱가포르|싱가포르에서 홍종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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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괴에 뺏긴 외교기선>
「사이공」에서 남쪽으로 육지를 따라 「캄보디아」와 태국을 돌아내려가거나 그렇지 않으면 곧장 바다건너 바라보이는 곳이 「말레」반도요 이반도의 남쪽 끝에 달린 조그마한 인구 2백만의 섬, 이제는 영국의 식민지가 아닌 신생공화국 「싱가포르」-이「싱가포르」는 지척의 거리에 있는 「인도네시아」를 거쳐 「오스트레일리아」와 동남「아시아」의 두 대퓩과 그리고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바로 적도밑 「러시아워」의 십자로같은 곳이다. 혹은 말하기를 「싱가포르」는 남양의 진주라고도 한다. 우거진 나무그늘속에서는 언제나 어디서나 원숭이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는가 하면 숲속에서는 언제 어디서 독사뱀이 머리를 들고 나올는지도 모른다는 수천수만의 크고 작은 섬이 널려있는 열대지방 「정글」에 덮여있는 이 지역의 어느곳보다도 가장 높은 구라파의 문화시설과 산업경제의 발전을 자랑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십년전과도 아주 딴판으로 고층건물의 시민주택과 공장이 수없이 서고 있다.
그런데 이 「싱가포르」를 누가 모른다고하랴만은 우리 한국에서는 동남「아시아」라고하면 「홍콩」행차는 빈번한 듯 한다면서도 「싱가포르」와는 어째서 교제를 못해왔던지? 건국직후부터 「홍콩」에 총영사관을 두고 그후 월남과 「말레이지아」에 대사관을, 또 작년에는 「인도네시아」에 총영사관을 두어야하면서도 아직까지 「싱가포르」에는 영사관하나 두지못하고 있다가 금년봄 북괴가 「싱가포르」정부와 통상협정을 맺고 통상사절단을 두게되었다고할 때 우리외무부는 비로소 당황해진 모양이다. 그동안에 편지한장이면 얼마든지 좋은 조건으로 공관을 설치할 수 있었던 기회를 다 외면하고 이제와서 통상교섭사절단을 보내고 월여를 두고 구차스러운 교섭을 하면서 겨우 「통상사절단」의 설치정도로 그쳐야한다는 것은 우리외무부로서는 결코 칭찬받을일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피부로 느끼는 월남전>
「싱가포르」에서 볼 때 월남전쟁의 성격은 더 뚜렷해진다고 할 것이다.
지도위에서 볼 때 만일 월나에서 북으로부터 내려 밀려오는 공산중국과 소련의 끈덕진 공산세력의 침략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라오스」「캄보디아」는 말할것도 없고, 태국으로부터 「말레」반도까지 동남「아시아」가 전면적으로 공산세력에 휩쓸리지 않을것이냐하는 것이다. 일찍이 미국이 일본을 상대로 태평양전쟁을 아니할 수 없다는 최후 결정을 하게되었다는것도 바로 일본의 월남(불령인도지나)진주를 보게된 때라도 하는 것을 생각해볼 때 오늘 미국이 주력이 되어 월남전쟁을 또 아니할 수 없게되었다는 것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고 2차대전후 중국공산당이 주력이 되었던 「말레이지아」의 공산「게릴라」를 소탕하기에 영국이 꼭 12년의 세월과 온갖 노력을 다바쳐왔던 것이다.

<영대신 비가 방위책임>
그후 「말레」반도의 평정사업 성취로 「말레이지아」의 독립국을 건설케했고 그와 동시에 「싱가포르」의 독립을 이룩시켜놓고 이제 영국은 「수에즈」서족으로 군사력을 철수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공산침략을 제압하고 월남의 자주민주독립을 성퀴케하는 것이 미국세계정책의 중요한 부분이요 그리고 그것이 또 태평양연안 여러국가의 안전을 위한 공동방위의 과제가 아닐 수 없이 된 것이다. 지금 월남전쟁은 6·25당시의 한국전쟁과 공통점을 많이 발견할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월남의 최대위기는 1964년과 65년이었다. 미국이 대규모의 작전을 추진한 그것이 그때였다. 우리나라에서 벙력을 파견하게된 것이 그때였다. 마침 「인도네시아」가 「수카르노」의 지배밑에 소련과 중공이 판을치며 공산화해가 있다고 위험신호가 가장 높았을 때 반「수카르노」의 군사혁명이 일어나며 「수카르노」와 공산세력을 몰아내려는 민중의 울분이 터져오른것도 바로 1965년 가을이었던 것이다.
이제 2년의 세월이 흐르는동안 월남전쟁도 점차로 호전되어 가고 있다. 월남정부도 군사정부로부터 총선거에 의한 새로운 정권을 수립하고 치안이 회복되어 행정력이 미치는 지역도 점차로 확대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공산「게릴라」의 세력은 그 반면에 약화되지 않을수 없고 그 곤경은 날로 심해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전쟁이 언제 끝날것이냐 하는 것은 아직 예언할 수 없다고해도 명년중엔 어떤 중요한 고비에 도달할 것같다는 관측이 높다.

<미 후퇴면 동남아적화>
최근 영국 연방국의 한 수상으로서 영국을 거쳐서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싱가폴,」공화국수상 「리관유」씨는 영국을 지나면서 말하기를 『월남전쟁의 승리란 것은 알수 없다. 그러나 월남전쟁에서 패하리라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다시말하면 월남전쟁은 무력의 전쟁이상의 정치적 승리가 요구된다는 뜻과 아울러 월남전에서 고산세력이 승리를 거두고 미국이 패하다는 것은 동남아 일대의 공산화의 혼란과 동시에 「싱가포르」의 오늘의 존재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말 것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리관유」수상은 그의 정당「인민행동당」의 명칭이 말하듯이 사회주의자로 자처하는 젊은 정치가이다. 영국교육을 받은 재기에 넘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정당과 그정당의 반대당은 공산당뿐이고 「싱가포르」의 공산당은 그의 정책적 반격을 받아 머리를 들 여지가 없다고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무리 작은 섬나라라고 하지만 어떤 강대국의 세력에도 굴보치 않는 독립국가-즉 중립을 자랑삼고자하는 소위 「진보파」라고 한다. 그 때문에 국교만은 어떤 공사국가도 사귄다는 것이다.

<생활수준이 대공방패>
그런터에 인구의 대부분이 중국인이요, 경제력의 대부분을 중국인이 좌우하고 있기 때문에 공산중국이 오래 노려왔다. 이곳 중국사람들도 마음의 고향을 중국대륙에 투고 있었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도저히 공산중국의 영향을 받을수 없는 높은 생활수준과 사화ㅣ제도를 가진 것이 이곳 중국이들이다. 「리관유」수상은 최근 미국서 돌아와서 외국신문 특파원들과의 「텔리비젼」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사람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싱가포르」국민』이라고 외치며 한편 미국에서 만난 「존슨」대통령 이하 「러스크」며 그외의 장관들을 「훌륭」한 사람둘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의 절대 「중립」의 외로움이 여기에도 나타나고 있는 듯 싶다.
어쨌든 우리는 어노모로나 「싱가포르」를 좀 더 잘 알고 좀 더 가까이 하여야 할 것이다. 「싱가포르」야말로 동남아의 모든 정보의 중심지가 되고있다는 점에서만이라도.<11월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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