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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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는 결핵 예방 강조 주간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결핵왕국」이라는 자뭇 불명예스러운 것을 자처하지 않을 수 없다. 1965년도 세계보건 기관(WTO) 및 정부와의 공동실태 조사에서 밝혀진 것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전국민의 65%가 결핵에 감염되어 있고 전국민의 5.1%에 해당되는 1백24만명이 결핵환자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인구는 약 1천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그 중 결핵 환자가 약 94만명이라는 놀라운 숫자에 달하고 있다. 결핵이 우리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잠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개인과 가정의 비극은 물론 사회의 비극으로 연쇄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소홀히 넘겨 보낼 수 없는 문제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인간생활을 향상시킴에 있어서 질병의 퇴치라는 것은 중대한 조건으로 간주되고 있다. 복지국가건설에 있어서 이같이 중요한 것은 없는 것이다. 빈곤퇴치나 건설계획이 강조되고 있지만 질병퇴치는 그와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느 의미에서는 그들 문제보다 우선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아직도 백여만의 결핵환자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가 그 이환율이 연연이 높아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수치스러운 것이며 어딘가 그 대책에 잘못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그럴 수 있는 이유로서는 국민 중 가난한 탓도 있겠고 당장 생명에 위협을 주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방임하는 개인의 부주의 탓도 있을 것이다. 또 국가적으로 경제건설에 치중한 결과 이 부문에 관한 사업을 경시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대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결핵문제를 언제까지나 방임 상태로 둘 수는 없다. 우리는 결핵퇴치를 위한 정부 시책이 활발히 전개되는 동시에 보다 효율적인 범국민적인 운동이 전개되었으면 한다.
오는 68년도부터는 「결핵전문의제도」와 「결핵예방법」이 시행되고 보사부는 예산을 3억 1천 3백만원으로 55%나 증액하여 단일화한 결핵실태파악과 관리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간단체인 결핵협회에서는 결핵예방강조주간과 때를 같이 해서 「해마다 건강진단, 결핵없는 밝은 생활」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다채로운 행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가 한낱 구두선에 그쳐서는 안되며 여기에는 국민각자의 자각과 이해없이는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가 이 기회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민간운동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결핵협회의 발전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결핵협회를 둘러싸고 수년전에는 불미한 보도도 없지 않았지만 민간계몽의 주체가 될뿐만이 아니라 성금운동등 국민의 직접적인 협조를 성과있게 거두어야할 단체가 바로 결핵협회이기 때문에 차제에 동협회는 그 사명의 중요성에 비추어 새삼 분발함이 있어야 함을 아울러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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