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연 리뷰] 뮤지컬 '캐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그 명성 그대로였다. 10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고양이들은 여전히 활기차고 재기발랄했다. 비디오나 최신 DVD로 이미 브로드웨이 고양이들을 만나본 관객이라면 눈 앞에서 벌어진 고양이들의 잔치가 무척이나 반가웠을 것이다. 이들을 처음 대면하는 관객이라도 그 매력에 쉽게 빠져들 법하다.

지난달 29일부터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뮤지컬 '캐츠'는 지난 23년간(1981년 초연)의 공연 노하우를 그대로 보여주듯 짜임새 있고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1년에 한번씩 열리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 쓰레기가 쌓인 공터에 고양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사면이 어두운 극장 안 여기저기서 고양이들이 튀어나와 살금살금 무대로 향할 때 관객들은 숨을 죽인다.

젤리클 축제에 모습을 드러낸 수십여 마리의 고양이들은 각자의 개성을 하나씩 뽐낸다. 하루종일 빈둥거리는 늙은 고양이 제니, 매력적인 반항아 고양이 럼텀 터거, 마법 고양이 미스토펠리스, 악당 고양이 몽고제리와 럼플티저의 춤과 노래는 따로 말이 필요없는 유명 레퍼토리.

극장 고양이가 해적으로 나오는 극중극 오페라와 무대도구를 활용한 대형 기차 장면은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무대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이번 '캐츠' 팀은 지난해 호주에서 창단된 해외 공연팀이다. 수년간 무대에 올라 노련하기 이를 데 없는 브로드웨이 멤버를 생각할 때 약간 미흡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수십년의 세월 동안 갈고 닦아 정형화한 춤과 아름다운 노래가 이를 커버하고도 남는다.

매력적인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타이어를 타고 천국으로 올라간 뒤 나머지 고양이들은 "고양이는 개가 아니에요. 고양이에게 예의를 보여주세요"라고 합창한다.

이날 관객들은 고양이들에게 전원 기립박수로 그 예의를 표했다. 3월 2일까지.

박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