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협회에 NIE전담기구 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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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중앙일보는 국내 NIE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6개월 동안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창의성 등 13개 항목에 대해 NIE 교육 효과를 측정했다.

또 교사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NIE의 인지도 및 교과 적용 현황을 조사했다(본지 2002년 11월 12일자 25면, 12월 3일자 29면 참조). 조사 과정에서 기본 교재가 적고, 교사 연수 기회도 부족하며,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등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교사와 교수.한국신문협회.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들이 모여 이러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발전 방향을 찾는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에는 심옥령(50) 서울 영훈초 교사, 이규철(36) 안양 성문고 교사, 정문성(41) 인천교대 교수, 임철수(45) 한국신문협회 기획부장, 박삼서(52) 교육인적자원부 장학관이 참석했다. 진행은 박부규(42) 본지 NIE 연구위원이 맡았다.

▶사회=수업에 NIE를 어떻게 적용하고 있나요? 그리고 문제점이나 애로도 말씀해 주세요.

▶이규철=교과서에 신문을 활용하는 내용이 많은데, 기본적으로 단원을 이해하는 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수행평가 과제나 특기적성 활동, 창의적 재량 활동 시간에도 NIE를 적용할 수 있지요. 그러나 교육과정이 없기 때문에 교사의 능력에 따라 학습 효과도 천차만별입니다. 교사 재교육을 위한 연수 기회도 부족하고, 단계별.수준별 지침서도 없는 실정입니다. 교실에서 이용하는 신문을 싼값에 제공하면 교재 부족의 문제점은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심옥령=초등학교도 교과서에 신문을 활용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학생들이 문자매체와 너무 멀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교과 외에도 조회 때마다 짧지만 당일 신문 뉴스를 한가지씩 발표하도록 하고 있지요. 한.일 월드컵 등 이슈가 있을 때 집중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교사들이 일반 종합지를 어렵게 느껴 활용하기를 꺼립니다. 수업에 쓰기 좋게 재구성한 신문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사회=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그럴 듯한 교재도 없고, 교사 재교육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담기구를 두는 문제 등과 관련해 교육부의 입장을 듣고 싶어요.

▶박삼서=NIE 전담기구가 있으면 교재 개발과 보급, 교사 연수, 자료 교환 등 문제점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교육부에 전담기구를 둘 경우 교육적 방법이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교육부가 기구로 둔 '교수학습개발센터'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아울러 일본의 경우 신문문화재단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우리나라도 신문협회에서 전담기구를 만들면 어떨지요. 교육부에 두는 것보다 NIE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임철수=솔직히 말해 곤혹스럽습니다. 재단을 설립하려면 기금이 필요합니다. 일본신문협회는 방송국도 산하에 두고 있기 때문에 방송국의 수익이 재단 설립에 큰 몫을 했다고 봅니다. 이에 비해 국내 대다수 신문사의 살림은 열악합니다. 그렇다고 신문협회가 전담기구 문제 등을 포함해 NIE를 소홀히 취급하는 것은 아닙니다. 젊은 독자층을 유인할 수 있는 큰 틀 속에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박삼서=학생들에게 NIE를 포함해 신문의 교육적 기능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러나 신문이 바람직한 교육적 기능을 수행하려면 가치관이 올바르고, 정제된 언어를 사용해야 하며, 공정한 보도가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문협회에서 세미나와 학술대회 등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합니다.

▶이규철=동감인데요. 신문에서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기사를 찾기 어려워요. 현장에서 바로 교재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유익한 섹션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임철수=신문협회에서는 NIE 세미나를 해마다 열고 있습니다. 재정 문제 등 어려움이 있지만 NIE의 구심체로서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또 국내 신문은 외국 신문들보다 교육에 활용하기 훨씬 좋게 편집돼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앞으로 협회 차원에서 전문가 집단의 조언을 받아 교육에 더 유익한 신문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회=지난해 NIE 인지도 조사와 교육 효과 측정 작업을 하며 NIE를 모르는 학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신문사의 마케팅 도구로만 생각하는 분들도 적지 않았구요. 교수방법으로 학교 현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정문성=학문적으로 볼 때 NIE는 교육학의 수업방법 가운데 한가지입니다. 따라서 수업방법을 전공한 교수나 관심있는 분들만 알 수 있는 거지요. 또 NIE는 연구 대상과 방법은 뚜렷하지만 지금까지 지식 축적이 덜 돼 있는 것도 단점입니다. 편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NIE의 본래 의도가 순수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특정 신문사의 마케팅 전략으로 볼 수 있는 거지요.

▶사회=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신참 교사들이 현장에 투입됩니다. 그럴 때 NIE를 접하게 되면 당황할 텐데, 대학 교과에 NIE를 반영하면 어떨지요.

▶정문성=대중매체의 교육적 영향력을 생각하면 NIE가 중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대학 교육과정에 NIE를 넣는 문제는 대학이 알아서 할 일입니다. 학계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NIE에 대한 이론적 의미를 부여하는 수준일 것입니다. 기초연구가 탄탄해야 하며, 그 위에서 정교한 프로그램도 갖춰야 합니다. 이러한 작업은 학자들에게 프로젝트 공모 등을 해서 풀 수 있을 겁니다.

▶사회=마지막으로 교사 입장에서 NIE 발전에 필요한 말씀을 해주세요.

▶심옥령=교수방법이 아무리 좋더라도 교사의 고민이 없이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또 학생들의 문자매체 이탈 현상을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미래는 어둡다고 봅니다. 교육당국과 신문이 힘을 합쳐 신경을 바짝 써야 합니다.

▶사회=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이 NIE 발전에 이정표가 됐으면 합니다.

정리=이태종 기자 <taej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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