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핵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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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핵전쟁이 가져올 『인류와 인간문명에의 참화』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2대 핵거인국 미·소는 이미 핵확산금지조약공동초안을 「유엔」총회에 제출하고 있다. 핵확금조약초안자체에도 감시조항문제를 둘러싼 미·소의 날카로운 대립해소란 넘어야할 마의 강이 있을 뿐 아니라 비핵보유국의 초안에 대한 도전 또한 만만찮다. 미·소의 핵보유량은 미국이 2만5천메가톤, 소련이 1만2천메가톤이다.
지난 23일 「유엔」총회에 「우·탄트」 「유엔」사무총장이 제출한 『핵무기사용의 영향과 핵무기보유·개발이 안전보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는 핵경쟁의 인류에의 위협이 일각의 정신적 해이도 허용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미·소를 비롯한 12개국의 핵문제 전문가단이 1년동안 머리를 싸매고 연구한 결정인 「우·탄트」보고서를 간추려보면….
첫재 핵병기 사용의 영향은 일본 광도에 투하한 원폭의 50배의 폭발을 지닌 1메가톤급의 핵폭탄이 인구 약 1백만, 반경 8∼10킬로(2백50평방킬로)의 도시에 떨어져 지상에서 터졌을 때의 피해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폭발·화재로 27만이 죽게 되며 죽음의 재를 마셔 9만이 목숨을 잃는다. 부상이 9만(이중 1만5천은 죽음의 재가 떨어지는 지역에 사는 주민)이나 된다.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는 사람이 71만인데 이중 11만5천은 죽음의 재가 떨어지는 지역에 있는 주민들이다. 이 도시의 인구 3분의 1이 핵폭이 떨어진지 이틀동안에 죽어가게 되는데 이 숫자가 제2차대전중 일본·독일에서 공습으로 사망한 총수와 비등하다. 바꾸어 말하면 1메가톤급 폭탄하나로 백만도시는 문자그대로 잿더미로 변한다.
또한 면적 50만평방킬로의 나라(우리나라 총면적은 약 22만평방킬로)에 20메가톤급 핵폭탄 4개가 떨어지면 10만평방킬로(면적의 2할)이 폭파·방사선·방사능오염 등의 피해를 입어 경제생활은 완전 마비된다. 자본주의의 부에 흥청되는 인구 2억의 미국에 10메가톤급 4백발을 공중폭발 시켰을 때 적절한 대피시설이 없다손치면 1억 이상이 죽는다. 지상 폭발이라면 대피호가 있다해도 1억이상이 죽는다니 핵경쟁 중지없이는 만년에 걸친 인간문명이 송두리째 무너진다는 공포를 그 편린이나마 이해할 수 있음직하다. 「우·탄트」 보고의 둘째 부분에선 핵무기의 획득과 개발에 따르는 경제적 영향이 다루어져 있다. 이 보고의 세째 부분이며 마지막 부분은 『핵병기의 보유와 안전보장의 관계』를 담고 있다. 호전적인 해방전쟁으로 영일이 없는 중공의 핵개발 이유를 보면 미국의 핵공격에 맞서기 위해서라고 한다. 「프랑스」의 『이대한 영광』을 되찾자면 미국의 핵우산에 기댈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핵력을 보유해야 한다는게 콧대높은 「드골」 「프랑스」 대통령의 항변이다. 그러나 「우·탄트」보고는 핵을 보유한다고 해서 그 나라 안전보장이 갑자기 강화된다는 주장이나 그 나라 위신이 높아진다는 주장처럼 어리석은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각국이 안전보장에 불안을 느껴 군비경쟁에 발을 들여놓은 셈이나 군비경쟁때문에 그렇게도 신주모시듯하던 안전보장이 보다 큰 위협을 받고 있는게 오늘의 엄숙한 현실이다. <신상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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