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10년, 북 개방 역할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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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하나의 중국’(One China) 정책을 표방했고, 성과를 거뒀다. 이를 한국이 본받아야 한다. ‘하나의 한국’(One Korea) 비전을 대외에 인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한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1기 버락 오마바 행정부 4년간 아시아·태평양 정책을 주도한 커트 캠벨(56·사진)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조언이다. 1월 공직에서 퇴임한 그의 현재 직함은 아시아그룹 회장. 아시아의 정부·기업·민간을 상대로 투자 자문을 해주는 기업의 수장이다. 지난 30일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 주최 국제회의 참석차 방한했다.

 캠벨 회장은 “한국 정부는 통일된 한반도가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적극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쇄 위기에 직면한 개성공단 사태에 대해선 “지금 필요한 건 섣부른 판단보다는 일관된 행동”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지지를 표명했다. 이어 “10여 년 전 남한이 북한에 투자하면 북한의 개방에 도움이 되고 북한이 외부세계와 더 많이 협력할 것이라는 전제로 개성공단이 추진됐으나 결국 북한의 체계적 개방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미국이 외교를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한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에 대해선 “미국과 대화하려면 한국을 소외시키지 말고 먼저 한국과 대화해야 한다. 2006년 9·19 공동성명 합의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년간 한반도 문제에서 성과가 부족했다면 그 책임은 한·미가 아닌 북한의 도발에 있다”며 북한 책임론도 분명히 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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