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식 없는 이지적 창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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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9개년간의「이탈리아」유학에서 돌아온 정경순씨가 귀국독창회(10일 국립극장)를 가졌다.
이 독창자는 감정을 억제하는 이지로 노래를 만든다. 그래서 극적이고 가락 적인 대비가 강렬하지 않다 치더라도 탄식과 열광하는 등 허식이 없다.
「리듬」은 길게 끌고 선율은 직선적으로 주구는「테누트」하게 처리했다. 그럼에도 그런 표현들이 단조롭지 않은 것은 작품정신을 충실히 새긴 탓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발성은-기름진 빛깔의 저음, 탁 트인 증음, 음의 조약이나 표현의 변화에서 보인 거의 무리 없는 솜씨에서 토대의 견실함을 엿볼 수 있었지만 시종 건전하게 몸의 균형과 표정을 유지한데서 더욱 그러한 감을 준다. 1부의 「파라디에스」와 2부의「치마로사」의<오! 신이여>「레스피기」의 <안개><반복되는 노래> 그리고「파리아치」는 이상의 장기들로 지적조화를 이룬 가작이었다. 그러나 몇 가지 험도 보였다. 첫째 횡복근을 버티는 힘이 부족하다.「빌리니」의 최고 음에서 음형이 달라진 것은 이 때문이다. 둘째 음정이 처졌다.
특히 악절마다 쳐진「벨리니」전반은 흐름이 일그러졌다. 셋째 각 모음이 엇비슷 들린 때가 있다. 가사를 감싸주려는 정도가 지나쳤기 때문인 듯. 이로써 정경순씨 본령은 극적인 것보다 고전적이네 있다 할 수 있고 그의 기품 있는 음악적 태도가 우리악계에 새 기틀이 돼줄 것으로 기대를 걸어 좋으리라. 이성균씨 「피아노」는 빈틈없는 속도감으로 독창자를 도왔다. 그러나 어떠한 악구고간에 서정을 동원시킨 해석방법은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 <김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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