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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에 오른 대일 상업 차관-접수 중단과 순위 재조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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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을 차관 선으로 하는 민간상업차관에 대한 경제기획원의 도입 신청접수 중단은 적게는 전임 장 기획이 남긴 유산의 뒷수습이며 크게는 현행 외자도입 내용을 전면 재검토하여 정책방향을 전환하기 위한 1단계조치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대일 상업차관으로서 이미 도입되었거나 우리 정부의 승인이 끝나 계류중인 것은 통틀어 1백 9건에 4억 5천 8백만 불. 그 내용은 ▲일본 정부의 EL발급 분 30건 1억 6천1백만 불 ▲EL내인가분 4건 7백44만 불 ▲한은의 LG개발분 18건 5천 5백만 불(제1차 한·일 각료회담이후 발급분 2건 3백만 불)이며 나머지 2억 3천 6백만 불이 LG발급을 대기중이다. 이밖에도 신청이 접수되어 검토중인 사업이 28건, 2억 2천1백만 불에 달한다.
그런데 경제기획원은 ①10월 13일을 기준으로 그이후의 신규도입 신청접수를 일체 중단하고 ②한·일 각료회담이후에 LG가 발급된 사업과 나머지 계류분 및 검토중인 사업을 2억 불 범위 안에서 조정, 우선 순위를 정하며 ③2억불의 상업차관도입「스케줄」을 일본측과 협의, 결정하려는 것.
외자도입의 주축으로써「붐」을 이루었던 대일 상업차관 신청접수를 중단한 이유는 첫째 경제외적요인에 의해 무원칙하게 허가를 남발한 결과 계류사업 중에는 불요불급한 소비 재산업둥이 대량으로 포함되어 이를 재검토할 필요가 생겼고 둘째 한·일 각료회담에서 2억 불의 신규 상업차관에 대한 공여원칙에 합의했으나 명확한 도입시기에는 결말을 짓지 못하여 도입가능액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박 기획이 단을 내리게된 보다 근본적 저의는 대일 상업차관을 에워싸고 누증된 .가지가지「스캔들」을 이 기회에 일소하고 사업평가 방정식을 엄격히 적용한 새 기준으로 대상사업을 조정, 선정하자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장 기획 당시에 내정되었던 우선 순위를 사실상 백지화하고 새로이 순위를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내용에는 상당한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기획원이 재검토를 계획하는 대일 차관사업총액은 한·일 각료회담이후 LG개설분과 나머지 계류분 등 도합 2억 3천 6백만 불이며 이 가운데서 1억 4천 8백만 불만을 선정, 각료회담이 전에 LG가 개설된 5천 2백만 불을 합하여 2억 불 한도를 채워 일본측에 시급한 공여를 교섭하자는 것.
뿐만 아니라 신청서를 접수 검토 중인 2억 2천 1백만 불 중에서도 필요한 부분은 2억불에 포함시킬 계획이기 때문에 사실상은 4억 5천 7백만 불을 1억 4천 8백만 불 이내로 압축해야한다.
이를테면 우선 순위조경과정에서 나타날 경합은 전례 없이 심한 것이며 전체 실수요자들은 3대1 이상의 관문을 뚫기에 혈안이 될 것은 명백하다. 재검토대상 사업 중 큰 것만 간추려도 합판공장확장(동명목재) 종합자동차 공장(신진자동차) 종합섬유공장(조선방직) 중후판공장(조일제철)「시멘트」공장(성신화학)「나일론」공장(한국나일론) 제철시설 확장(동국제강)「폴리에스터」시설확장(삼양사)「폴리에스터」공장(한국 폴리에스터)「폴리아크릴」공장(한국합직) 관광「호텔」2건(조선일보·부산일보)등이 있으며 유수한 기업들이 벌일 막후공작은 또 한번 불을 뿜을 전망.
그러고서도 2억 불을 일본이 과연 우리가 희망하는 시기에 줄 것인가 마저 의문이다.
이렇듯 사태를 얽히게 한 근본요인은 한·일 협정에서 약속된 상업차관한도 3억「플러스」「알파」를 어업 및 선박차관을 제외한 나머지 1억 8천만 불이 EL내인가 까지로 거의 소진되었음에도 불구하고「알파」부분에 기대를 걸고 무려 3억 불에 가까운 공수표를 남발하고 또 2억불의 신청을 받아놓은 데 있다. 박 기획은 대일 상업차관을「스타트」로 외자도입 전반에 대해서도 재검토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며 그 결과로 현금차관을 억제하고 내용을 질적으로 규제하는 등 지난 2, 3년간 무궤도하게 집행되어온 외자도입 정책방향에 큰 전환이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5개년 계획에 필요한 방대한 외자와 현금차관을 억제할 경우, 가중될 내자의 필요성을 어떤 방법으로 메우느냐가 전환작업에 뒤따를 문제점이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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